함박 눈이 내리던, 추운 겨울을 견디는 방법
무작정 전주로 떠나왔다.
나는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래된 공간과 사물을 좋아한다.
전주는 전라도의 작은 도시로
역사가 잘 보존된 곳이다.
삼박자가 딱 떨어졌다.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었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생전 처음 느껴보는 온도의 공기 감각이 느껴졌다.
아뿔싸.
날씨를 확인해 보니
전주는 무려 -13도.
분명 고향은 영상 기온을 웃돌고 있었는데
단단히 착각했다.
'맞다. 한겨울이었지.'.
유독 어린 시절부터 추위를 많이 타
엄마가 얼음 썰매를 타러 가자고 하면 질색했던 기억이 난다.
“태어난 건 한 겨울에 태어나서 뭘 그리 추위를 많이 타노. 참 웃긴다 야.”
엄마는 늘 말했다.
“그러게. 분명 나는 겨울에 태어났는데..”
(내 생일은 1월 19일이다.)
항상 겨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다.
보일러를 최대로 올린
뜨근한 집 안방에서
꽃무늬 오봉 위에 할머니가 잘라주신 배를
포크로 집어 입에 한가득 넣어먹었던 생각이 든다.
아주 시원하고 큼지막한 달달한 배의 조각은
이상하게도 늘 두 입이 아닌 세 입만에 사라졌다.
(지금은 두입이면 사라진다.)
'입이 많이 커졌나 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사이에
옛 추억에 잠겼다.
25살이 된 지금!
이번 전주를 통해 미운털이 박힌 겨울과 친해져 보겠다고.
요즘 들어 세월의 속도를 조금씩 실감하며
스쳐 지나가는 계절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의미 없이 보내는 나날들을 만들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드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유독 고귀하고 순수해 보였다.
'고드름'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보았다. 멍하니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짜릿하고 신기한 광경이었다.
온도는 -15도.
나는 추우면 추울수록 숙소 침대에
누워있기보다는 밖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숙박한 주택의 문을 열고 나가니
감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전날 밤, 눈이 잔뜩 왔는지
싱싱하고 탱탱한 감에 새하얀 서리가 잔뜩 쓰여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감들. 너네도 겨울을 열심히 견디며 살고 있구나.'
고생이 많다.
올 가을에 감이 유독 맛있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최대한 두 손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걸어도
얼어붙어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
무자비하고 끔찍하게 싫은 감각이었다.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신기한 것은 두 볼이 불그스름하게 올라와
숨이 턱 막힐 것 같으면서도 차가운 이 공기를 계속 마시다 보니
어느샌가 그 추위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크게 싸우고 다시 마주한 동네 친구처럼
반가우면서도 여전히 어색한 겨울이지만
더 노력해 봐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