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조용한 책방의 이야기

by 장가모

내가 사는 망미동은 조용한 동네다.

오래된 건물들.

오래된 사람들.

젊은 총각, 처녀를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고즈넉한 동네.


작년 겨울, 이곳에 작은 책방이 생겼다.

그곳의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늦가을에 시작돼서 겨울이 되니 제법 모양이 갖춰졌다.


책방, 낙수의 언덕


개업 후 첫날, 집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들고는

책방의 삐걱거리는 오래된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갔다.

알 수 없는 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혔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주 오래된 냄새였다.


새로 오픈한 가게이지만

상반되게 이곳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이곳의 헌 책과 오래된 잡지가 한 몫한 것 같다.


발 밑을 보니 '어서 오십시오'라고 적혀있는

익숙한 출입구 발판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동네 목욕탕에서 많이 본 건데..'


가장자리의 작은 스피커에서

차분하고 오래된 인디 음악이 들려왔다.


강승원의 '나는 지금'


책방의 주인은 30대 여자 사장님이셨다.

부담스럽지 않은 반가운 환대였다.

친절하고 순수한, 독서를 좋아하는 시골 소녀 같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 배우가 생각이 났다.

오래된 꽃무늬 치마와 흰색 목 폴라니트가 참 잘 어울리셨다.

무해한 미소를 머금은 따뜻하신 분이신 것 같았다.


언젠가는 나도 나의 취향이 가득 묻혀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쁜 1년이 지나가고

문득 그 책방이 생각났다.


집에 들어가기 전

횡선지를 변경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의 오래된 문, 잔잔한 분위기.

그때 그대로였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그 공간이 주는 익숙한 향수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사장님도 나를 기억해 줬다.


"어.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스쳐 지나간 손님 중 한 명인

이름 모를 청년을 기억하다니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문을 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빠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

변하지 않는 공간, 난 이곳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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