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면

by 맵다 쓰다

[꼬마 버스 타요]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영화이다. 파란색 꼬마 버스가 주인공이 되어 친구 버스들과 도시에서 겪는 일을 그려낸다.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는 에피소드에서 타요는 왜 어른 버스는 늦잠을 잘 수 있고 밤늦게 돌아다닐 수도 있는데 꼬마 버스는 못하는 걸까 부러워한다. 그런 타요가 우연히 마법사 할머니 자동차를 도와주고 할머니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기로 한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룬 타요는 밤늦게까지 미끄럼틀도 타고 마음대로 할 생각에 신이 난다. 그런데 즐거움도 잠시 꼬마 버스들이 저지른 잘못도 어른이 된 타요가 혼이 난다. 밤늦게 돌아다니는 줄 알았던 건 야간 운행이었는데 어두운 도시를 다니는 일 역시 쉽지 않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의 연속, 쉬지도 못해 힘겨워하던 타요는 마법사 할머니 자동차를 만나 울음을 터트린다. 다시 꼬마 버스로 돌아가고 싶다고.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의문을 품었을 이야기이다. 어른들은 왜 9시가 넘어도 안 자도 되는 걸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몸에 나쁜 것도 마음대로 먹는다. 뭔가 불공평한 것 같다. 어릴 적 내가 상상한 어른의 모습도 타요와 비슷했다. 덧붙여 어른은 다 큰 사람. 완성형 같았다. 어른이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 당황하거나 넘어져서 엉엉 우는 모습은 어쩐지 상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가정살림을 맡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든 자기만의 일이 있다. 자동으로 어른이 되면 하나쯤 일이 생기는 줄 알았다.


시간을 차곡차곡 지나 어른이 되어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상상이었는지 알겠다. 어른도 여전히 미숙한 생각과 행동을 하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고 엉엉 울고 싶기도 하다. 몸이 더 이상 자라지 않다는 점만 빼면 여전히 어린이와 비슷하다.




어른이 된다면 (5월 18일)


20년 뒤의 나를 상상해 보았다. 20년 뒤에는 나는 30살이다. 30살은 성인이다. 나는 웹툰 작가가 되거나 미용사, 유튜버 같은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웹툰작가가 된다면 나만의 창의적인 만화를 그려 유명해지고 싶다. 어른이 된다면 엄마와 아빠랑 술집 아니면 카페 같은 곳에 가서 가족들과 맛있어 보이는 커피를 먹을 것이다. 너무 많이는 말고.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옷을 사 줄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는 나와 언니에게 옷을 많이 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면 꼭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어쩌면 돈을 버는 게 어려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어른보다 초등학생이 제일 좋다.


(열살 아이의 일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비문도 그대로 표현합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도 서너 개씩 먹고, 시간 제약 없이 핸드폰 오락도 하는 자유와 방종을 넘나드는 어른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았다. 아이 일기장 속에서 만난 어른이 된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가졌고 맛있는 것을 가족과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너무 많이는 아니란다^^) 한창 클 때라 신발부터 겉옷까지 매년 새로 옷을 사는 자신에 비해서 엄마, 아빠는 비슷한 옷만 입는다고 생각하는 가보다. 아니면 어른이 된다면 사랑하는 누군가에 해주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생각할지도.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유명한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일이 대부분이다. 대통령, 경찰, 선생님, 간호사처럼 아는 직업의 명칭이라는 이유로 막연하게 채우던 우리 때와는 다르다. 직업은 무엇이 되든지 대단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일로 귀결된다. 희미하고 포괄적인 장래 희망이지만 목적의 이유만은 현실적이다. 돈과 성공이다. 비록 의사나 100만 유튜버, 유명한 아이돌이 되는 확률은 희박하더라도 죄다 그런 꿈에 희망을 걸어본다.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아무리 많아도 초등학생이 좋다는 아이의 결론이야 말로 리얼리즘의 정수이다.


만약에 어른이 된다면? 그건 어른이 되면 그때가서 생각해 보자. 현실에선 타요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어린이의 현재즐기길.어른이 먼저 되어본 엄마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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