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열어 준 적이 있다. 처음 하는 초대 자리라서 생일 전까지 어떤 음식을 준비할지 풍선장식은 어떻게 준비할지 엄마로 막중한 책임감에 휩싸였다. 먹기 좋고 식어도 괜찮고 대중적인 입맛도 고려해서 피자 2종류와 뿌링클과 후라이드를 시켰다. 야채를 다져 넣고 유부초밥도 싸고 방앗간에서 떡도 주문해서 소시지 떡꼬치도 만들었다. 과일을 씻고 개인컵에 담고 간식을 준비하고 고작 열서넛의 음식준비인데도 긴장한 탓인지 온종일 정신이 없었다. 아이 초대를 마치고 크게 느낀 것이 있었으니 내가 그려본 생일파티에는 요즘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시에 맞춰서 도착한 아이들에게 배고플 테니 어서 음식을 먹으라고 하니 해맑은 얼굴로 이야기했다.
" 저는 불고기 피자 안 좋아해요!"
" 저는 치킨은 별로요."
또는 말없이 음식에 손이 덜 가는 것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피자, 치킨은 늘 먹어서 별 다를 것이 없는 음식인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고 있다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명확하다. 노느라 바빠서,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서, 집에 만든 건 심심하니 별맛이 없어서 다양한 이유로 음식은 많이 남겨졌다.
어릴 적 생일 파티를 떠올리면 집에서 싸준 김밥에 떡볶이, 초코파이 케이크만 있어도 진수성찬 파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치킨은 고사하고 시장에서 튀겨온 누런 봉투에 담긴 통닭을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것,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요즘 어린이들이지만 그 시절 우리도 지금없는 특권도 누렸다.
초등학생은 노는 게 기본값이던 80년대.
학교 마치면 가방은 내팽개치고 얼굴에 때 국물이 흐를 때까지 뛰어논다. 기본적으로 배가 고파야 집으로 들어간다.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지만 방학이나 간헐적으로 갔을 뿐 지금처럼 몇 개씩 스케줄을 짜서 가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공터에 피어난 잡풀 위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고 울퉁불퉁 바닥에 깨진 돌로 선을 찍 그어서 오징어 달구지를 했다. 아무것도 없이도 놀이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내리 몇 시간을 땅에서 놀아도 지치지 않는 체력, 무엇보다 온전히 아이의 시간을 누렸다.
.
월요병 5월 13일 일요일
오늘은 일요일, 항상 주말은 빨리 간다. 생각해 보면 참 불공평하다. 학교 가는 날은 5일인데 휴일은 2일이다. 차라리 5일, 5일 십일이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월요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시작부터 학원이 2개가 있다. 학원을 한 군데 가면 한 군데를 더 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일요일 저녁만 되면 일주일이 걱정된다.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 되면 더 걱정된다. 수영 선생님이나 음악 선생님이 혼내시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들이 끝도 없이 나오다. 왜 월요병은 약이 없는 걸까? 월요병이 심해지면 일요일 아침부터 흐느적거릴지도 모른다. 아! 내일이 월요일이다......너무 힘들다. 크면 괜찮아지겠지. 어쩌면 크면서 월요병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기다릴 거다. (엄마가 월요병 주사가 있다고 했지만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월요일은 학교도 학원도 자유로운 시간도 많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하루에 한두 시간동안 노는 것로는 성에 차지 않고 실제로 놀 수 있는 친구도 많이 없다. 다들 학교가 마치면 학원으로 바쁘게 흩어진다. 학교에 가기 싫은 것보다 아이에게 내려지는 평일의 무게가 또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월요병을 몇 년째 호소한다. 월화수목금토일 이 아니라 월화토일일일일이면 더 좋겠다는 아이에게 사실 어른들도 평일은 버티며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해주기 쉽지가 않다. 어른들은 그냥 투 샷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책상에 앉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