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공장 골목 - 존 스타인벡

가난한 이웃들을 보는 애정 어린 시선

by 아테나

몇 해 전, 친구의 인스타에 캘리포니아주의 몬터레이 Monterey 지역 여행 사진이 올라와 당연히 그가 스타인벡 문학여행을 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었다.


"Did you go on a literary pilgrimage?" (문학답사 간 거야?)

"What do you mean? Steinbeck?" (뭔 소리? 스타인벡?)

"yeah...? Isn't that why you went?" (응, 그래서 간 거 아냐?)

"No.. just went to travel" (아니, 그냥 여행 간 거야...)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2시간 즈음에 위치한 몬터레이. 동쪽으로 살리나스 밸리를 등지고 서쪽은 태평양 바다와 맞닿은 곳. 나에게 그곳은 언제나 스타인벡이다.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 등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굳이 그런 대작을 읽지 않아도 (길이가 꽤 길기 때문에 큰맘 먹고 읽어야 한다) 그의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많다. 그중 통조림 공장골목생쥐와 인간을 추천한다.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en)은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기에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나, 통조림공장 골목은 할 말이 많은 작품이다.


통조림공장 골목 Cannery Row - 스타인벡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유머가 있는 소설이다. 짧은 소설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덴의 동쪽이나 분노의 포도에 비하면 단편소설 수준) 따스하면서도 무언가를 관통하는 통찰이 캐릭터마다 담겨있고, 1938년 작품임에도 몬터레이 뿐 아니라 미국 소도시 어디에도 있을 법 한 등장인물들이 재미있다. 키득키득 웃게 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에서..


Hazel came out of reform school as innocent of viciousness as he was of fractions and long division.

("헤이즐은 악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로 소년원을 출소했다. 그가 분수나 나눗셈으로부터 순결했듯이." 실제 한국번역판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을지 모르겠다.)


He can kill for need but he could not even hurt a feeling for pleasure.

필요에 의해선 살생도 할 수 있지만, 단지 재미를 위해선 누군가의 마음조차 다치게 하지 못할 사람이다.


Two generations of Americans knew more about the Ford coil than the clitoris, about the planetary system of gears than the solar system of stars.

2대에 걸친 미국인들은 클리토리스보다 포드 엔진 코일에 대해 더 잘 알았고, 태양계의 행성들보다 기어 시스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왜 스타인벡 작품들 중 어둡고, 음침하고, 무거운 작품들만 회자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런 재미난 책을 먼저 읽어야 작가의 다음 책도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에덴의 동쪽의 음침함이란... 캐시는 너무 무섭다.. 그리고 에덴의 동쪽은 성인물이라... 청소년들에게는 비추임.)


스타인벡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에 이만한 이야기가 없다. 대공황 시절, 가난한 이웃들을 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다. 일단 이 책을 읽어보고 괜찮으면 스타인벡의 다른 책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