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by 아나스

2026년, 또 한 번의 새해의 시작.


그게 어떤 종류이던지 간에,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는 몇 안 되는 시기다.

비록 또다시 작심삼일을 반복하더라도, 종국엔 또다시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들추어보는 연말을 맞게 될지라도, 어쨌든 지금은 그런 걱정일랑 제쳐두고 한없이 너그럽게 이루고 싶은 것들을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어낸 나 자신을 꿈꿔볼 수 있는 여유를 누리는 새해의 시작. 불안하면서도 풍요로운 시작이다.


오늘은 아이 학교가 쉬는 날이라, 근처 극장에 아이와 아이 친구를 데려와 넣어놓고 극장 옆 간이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검색해 내 서재에 담아두고, 한 권을 열어 찬찬히 읽다가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작년에는 15년 넘게 다닌 직장 생활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 미뤄뒀던 사소한 것들을 시도해 보는 하반기를 보냈다. 두 달간 에세이 형식의 브런치글 10편을 써서 브런치 공모전에도 냈고 급하게 단편동화를 한 편 써서 신춘문예에도 (어쨌든) 응모했다. 프리랜서로 AI 데이터 분석 일을 해서 포켓머니를 챙기기도 했고 주중에는 거의 날마다 조금이나마 운동을 하고 책을 읽었다.


나는 그래도 꽤 긍정적인 인간이지만, 오랜 회사 생활 때문인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이런 생활에 틈만 나면 불안과 초조가 찾아오기도 했다. 글을 쓰거나 일을 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날들이 2-3일쯤 계속되면, 내가 이 '프리(Free) 랜서' 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인간인지에 대해, 자괴감에 휩싸였다. 공부든 회사 일이든, 외부에서 주어지는 목표에 몰두해 그것을 성취하려 노력해 온 오랜 관성 때문인지,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나 스스로의 목표와 열망에 몰두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당장의 성취가 없더라도 인내하고 담담히 나아가는, 그런 게 참...... 어색했다. 인간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혹 누군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뭔가 그럴듯한 성취 - 예를 들면, 신춘문예 당선! 웹소설 데뷔! 등단! 같은...... - 를 내보여야 할 것 같은 오랜 습성 때문에 자꾸 스스로를 압박하기도 했다. 차라리 그냥 다시 다른 일자리를 찾을까도 싶어 가끔은 링크드인도 뒤적였다.


결론적으로는 작년에 낸 두 개의 공모전에서 (당연하게도) 수상하지 못했고, 나는 여전히 눈에 띄는 성취 없는 새해를 맞았다. 일단은 이 생활을 더 해보기로,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느리더라도 조금씩 나아가는 한 해를 보내는 걸 목표로 해본다. 세상의 눈치를 보기보다,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나의 루틴을 만들고 과정을 즐기는 조금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영화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므로, 이 정도의 새해 결심을 기록해 두고, 새해의 시작을, 이 풍요를 잠시나마 더 즐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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