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을 바라는 세상에서 평범을 택한 비범한 사람들

by 김현아





“거긴 오래 앉아 일해도 되는 곳이에요. 그걸 원할 수도 있어요.”


한 달 전 지인이 오아스 로스터리를 추천하며 한 말이다. 그 또한 카페를 운영하는데 책과 노트북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반긴다고 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공간을 잘 활용해 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던 것 같다. 비슷하기에 편하게 여기는 서로는 노력하지 않아도 가까워지게 된다. 같은 결의 철학을 가진 그들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하며 꼭 가보겠다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글을 써야 하는 날에는 노트북을 챙겨 하루 동안 두세 곳을 전전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동네에 괜찮다는 카페의 쿠폰은 다 들고 있다. 그 누구도 재촉한 적 없지만 두 시간이 넘어가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눈치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손님이 될까 봐 서둘러 나가고 싶어진다.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 있어도 된다는 의미가 담긴 그 말이 참 편안하게 들렸다.


그날 바로 오아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피드를 살펴본다. 인스타그램만큼 한 사람의 자아를 근접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무의식에 통일된 사진과 글 스타일은 계정 주인에 대해 대략이라도 알게 한다. 멋으로 포장하지 않은 다정한 날 것의 오아스 인스타그램은 사람 냄새가 났다. 그래서 좋았다. 오늘 원두는 뭐가 맛있냐고 물어보면 편안한 말투와 표정으로 시간을 들여 차근히 설명해 줄 것 같은 느낌. 연출 없는 사진 밑에 적힌 꾸밈없지만 정성 어린 글이 그렇게 연상하도록 만들어 준다. 지인이 했던 한 줄의 말에서 풍긴 느낌과 동일했다. 그들이 모르는 순간에도 통일된 무언가가 전달된다는 것은 중심이 잘 잡힌 브랜드라는 말이 된다. 더 깊게 생각하면 그 하나를 위해 얼마나의 공을 들인 걸까.


현아 : 정독하진 못했지만 오아스 인스타그램 피드를 다 살펴보려 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올리는 글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점점 정성스러워진다는 거였어요. 사실 글을 꼼꼼히 보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글에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근영 : 그게 대형 매장과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희 매장은 작은 편이지만 팬층이 두터워서 다시 찾아주는 분들도 많아요. 그만큼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은 편인 것 같고요. 그 글이 일상적인 내용이라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처음엔 내 생각을 공유한다는 게 부끄러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가 (웃음) 다듬지 않고 올리고 있어요. 일상이니까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어야 하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편안하게 느껴지잖아요.


현아 : 오아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곳인 거죠?


근영 : 네. 튀거나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아요. 공간 자체가 편하고 노멀해서 어떤 성향의 사람이던지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카페가 되고자 해요. 하지만 커피의 퀄리티는 높게요. 수준 높은 스페셜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게 우리의 본질이에요. 삭막한 일상 속 오아시스 같은 스페셜티 한 잔, 근데 접근이 쉬워서 편안한 곳. 그래서 이 카페 정말 괜찮더라! 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역시나 그랬다. 그들이 바라던 것은 타인의 말과 SNS를 통해 느껴진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보였다. 약속을 잡고 방문한 날, 마감이 다 되어 가는 시간임에도 테이블을 채운 사람들의 모습이. 그날이 아니더라도 오아스를 지나칠 땐 알고리즘 타서 자주 보이는 숏츠처럼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 투명한 통 창 너머로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장면. 빽빽이 자리를 채우고 있음에도 산만하지 않은 어떠한 분위기. 그건 모두가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는 증거였다.



스크린샷 2025-04-11 오후 5.12.07.png




네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오아스는 개인이 각 파트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브랜드는 물론 서로를 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 노력 덕분에 오아스는 빠른 성장을 이뤘다. 분야에서 알아준다는 커피쇼에 참가했으며 부산에서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카페로 자리를 잡았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처음 반겨주었던 재경은 요즘 유행하는 cill guy(느긋하고 여유로운 남자)가 떠오를 만큼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으로 느린 편에 속하는 말의 리듬 안에 정갈히 정리된 요점이 인상적이었다.


재경 : 제가 함께하게 된 시작은, 개인적인 일로 오아스와 미팅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근영 대표가 같이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고요. 팀을 만들고 있다고 했어요. 사실 커피라는 것을 떠나서 팀이라는 부분에서 혹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보단 여럿이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서로 독려하면서 멀리 나갈 수 있으니까요. 역시 형과 동생들 사이에서 많은 걸 배워요. 제가 자의식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많이 깨닫고 영감도 받고 있어요.


가운데로 정갈히 타진 가르마와 대비된 자유로운 중단발은 콧수염과도 잘 어울렸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듯한 일정하지 않은 패턴의 체크 남방도 물론이었다. 무언가 커피와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일 거라 말한다, 어쩐지 한 편으로는 비상한.


재경 : 저는 평범한 사람인데… 비상할 땐 비상한 사람인 것 같아요. 순간 판단력에 대한 비상함이요. 손님을 대할 때는 물론 투자에 대한 부분이나 팀원 간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데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편인 것 같아요.


대표와 함께 카페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있는 재경에게 스스로가 가진 능력은 여러모로 유용했다. 예민함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판단과 촉은 최적의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데 톡톡한 힘을 발휘했다.


재경 : 커피는 여러 가지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시각적인 건 물론 심지어 청각까지도요. 커피는 결국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저희는 손님들이 부담 없이 쉬어갔으면 하기때문에 등받이 있는 의자만 고집해요. 그래서 벤치형 의자도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 자리는 등 뒤에 바로 벽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서 놔뒀어요. 맛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노래도 한몫하거든요. 그래서 허밍 정도만 있는 노래를 트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손님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부담 없어 할 정도의 선을 잘 지키면서 질문을하고 대화를 이어가요.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계속 다가가요. 편하게 느낄 정도로요.



KakaoTalk_Photo_2025-03-28-14-36-38 014jpeg.jpeg



오아스의 대표이자 커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근영은 외적인 부분은 물론 말 속도마저 재경과 정반대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베이직한 검정 셔츠를 목 끝까지 채우고 선한 웃음이 잘 보이는 투명 안경을 낀 그는 적당히 빠른 속도로 요령껏 이야기하며 ‘수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의식이 되어 본인마저 쑥스러워하기도 했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래 은행에서 일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치라는 것은 매출을 떠나 안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의 다양한 성과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장의 고수익을 위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근영 : 시간이 동반되는 성장을 하고 싶어요. 오아스는 스페셜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커피라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커피는 무조건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노력을 기반한 전통이 쌓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유지가 아닌 더 나은 행보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살아요. 우리 모두가요.


현아 : 시간이 필요하다 하셨지만 생각보다 꽤 빠른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장을 하신 것 같아요. 약 2년 정도 걸린 거죠?


근영 : 네 맞아요. 눈에 안 보이는 것으로도 증명할 수 있지만 저는 수치로 증명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수치라는 건 직원들의 급여도 해당이 되는 건데, 함께 노력해 주는 만큼 보답하고 싶어요. 그 마음 덕분인지 힘이 자꾸 생겨요. 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 만에 빠르게 성장한 것 같아요. 커피 쪽에서는 비약적으로 빠른 성장 속도라고 생각해요. 감회가 새로워요.


대표로서의 책임감과 은행원으로서의 의식이 섞여 수치에 대한 성장 목표가 뚜렷한 그는 스타일을 떠나 재경과 생각마저 달랐다. 둘이 운영에 대한 부분을 함께 끌어간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질 만큼. 그래서 중심이 잘 잡힌 브랜드가 되었겠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상반되게 나열된 다수의 아이디어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타협하고 적절한 결론을 내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서.


현아 : 그렇다면 그 2년 동안 이룬 것 중 가장 뜻깊었던 건 뭐였을까요?


근영 : 외부적으로 보면 당연히 커피쇼인 것 같아요. 커피쇼가 축구로 치면 월드컵 같은거예요. 거기 들어가려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계속 탈락했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된거에요. 정말 기뻤습니다. 그 외에는 우러러보던 대표님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는 것들도 큰 성과고요.


재경 : 저는 식구가 늘었다는 거요. 둘에서 넷이 되었어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거니까요.


상반된 대답에 놀랐지만 서로 아무렇지 않아 하는 무덤덤한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서로는 다름을 알고 있으니 당연하기도 했을 것이다. 근영에게서 듣지 못했던 ‘본인이 평범하다 생각하냐’는 질문을 다시 물었다. 역시 본인이 평범하다는 재경과는 다른 대답이었다.


근영 : 여기서 일하는 모두는 평범에서 벗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일반적인 사람을 뽑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오아스는 정해둔 목표를 이루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할 거예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친구들을 원하고, 거기에 어울리려면 저도 특별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근영이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재경이 나선다.


재경 : 제가 말을 덧붙여도 될까요?


현아 : 네 그럼요. 말씀해 주세요.


재경 : 근영 대표님은… 먼저 손을 내미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부터 특별함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함께 한다는 어려운 일을 결정하는 거잖아요. 그만큼 사업에 대한 안목도 뛰어나요. 그리고 팀원들도 많이 아끼고요.


재경의 말을 듣고 아까 했던 상상의 장면을 다시 꺼낸다. 그리고 사람이기에 튀겨지는 언쟁의 스파크를 반짝 추가하고 그들만의 규칙으로 빛을 꺼뜨리는 효과를 흐릿하게 넣어본다. 손님들이 편하게 느끼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그들은 서로에게도 편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같이 지내는 누군가와 편해지기 위해서는 상대를 멋대로 상상해선 안 된다. 그대로를 받아드리고 단점을 넘기는 미덕을 보이면 더 좋다. 서로를 편협히 여기지 않고 이해와 존중으로 대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미 그들은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스크린샷 2025-04-11 오후 5.11.21.png



인터뷰를 했던 날 카페에는 네 명의 팀원 중 세 명이 있었다. 근영과 재영을 인터뷰할때 열심히 마감하던 승우는 로스팅 담당이었다. 앳된 얼굴이 남아있는 막내였으며 함께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둘러 마무리 하던 그를 불러 근영과 재경 사이에 앉혔다. 쑥스러워하는 그를 흐뭇하게 대하던 두 사람은 남은 인터뷰 시간을 승우에게 몰아주었다. 승우는 쑥스러워하다가도 커피 이야기에는 진지하게 대답하려 노력했다.


승우 : 저는 매사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로스팅을 담당하는데 좋은 생두를 들고 오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외국 생두를 어떻게 가져올지, 가져와서 어떻게 볶을 건지, 그 볶은 결과물에 대해 팀원들에게 물어보고 피드백을 꼭 받아요. 맛이 없다는 대답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바로 문제점을 찾아서 개선해요.


그리고 팀원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승우 : 처음 로스터라는 직업은 로스팅만 잘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팀웍도 중요했어요. 로스팅은 혼자서 못하는 일이거든요.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브랜드에 맞춘 맛을 연상하고 냉정하게 피드백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맛에 집중하냐는 물음에는 역시나 평범한 맛을 추구한다고 했다. 새로 볶은 원두가 있으면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미묘하게 맛을 조정하기도 한다는 말과 함께.


승우 : 요즘에는 자극적인 커피가 트렌드에요. 한 번 먹으면 맛이 강해서 띵! 하거든요. 저 또한 자극적인 맛에 반해서 커피를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 자극적인 건 오래 못 먹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호불호도 강하고요.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자극 없는 편안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현아 : 편안한 커피란 무엇일까요.


승우 : 누가 먹어도 평범한 맛이요. 저희는 손님들이 이 공간에 오래 머무르셨으면 하거든요. 공간에 오래 있으려면 오래 먹기 좋은 커피가 필요해요. 맛을 찾기 위해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고요.



스크린샷 2025-04-11 오후 4.50.23.png



오아스는 트렌드보다는 노멀함을 택했다. 그래서 맛도 평범하도록 노력했다. 평범함을 위해 인테리어부터 손님에 대한 태도와 커피 맛 까지 연구한 그 공간을 정말 평범하다 말해도 될까 생각했다. 내 생각을 읽은 것 마냥 근영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근영 : 오아스라는 브랜드는 일상속에서 특별함을 주겠다는 메세지도 담겨있어요. 편안한 공간 속 스페셜티 커피를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것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참 비상한 카페죠. 만약 이런 특징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분들 또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해지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 세상에서 평범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다. 그만큼 타인에 대한 궁금과 배려와 편안함이 희귀해진 세상이다. 네 명의 오아스 팀원들은 이 모든 것을 위해 그들만의 룰 속에서 서로를 챙기고 이해하며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2년이라는 기간 안에 성과를 이뤄낸 비결이 아닐까 한다. 나는 지금부터 선뜻 말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사람을 수용하고 오랜 시간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오아스의 1년 후를 기다린다. 그 1년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노트북을 챙긴 날이면 출석하겠노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