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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Feb 10. 2021

코로나가 일깨워준 나 자신의 현 위치.

바텐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업장 영업을 중단하게 된 지 벌써 3개월입니다.

저도 이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3개월쯤 되니 이제는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알고 있는 상황이겠지만 결코 이 상황이 올해 하반기 안에 정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가 경제가 안정을 찾으려면 아마도 생각보다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Covid-19의 현시점은 자영업자들에게 너무나도 큰 시련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12월 중순,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당연히 이런 상황이 오게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만약의 이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미리  비상금을 쟁여 놨었어야 하는데 그동안 벌어둔 돈은 전부 어디에 쓴 건지 이제까지 금전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제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지출해야될 고정비와 생활비가 없으니 정말 심리적인 압박이 엄청나더군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결국은 대출도 알아보고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집에서 가지고 있었던 돈이 되는 것들을 중고로 처분하였습니다. (결국 제가 가장 아끼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하....)


영업을 하지 않는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알바천국 사이트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었습니다.  저는 종종 알바천국에 아르바이트 구인을 해본 적은 있어도, 제가 아르바이트를 구직하게 될 일이 찾아오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중에 제가 단기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봤었는데,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맨은 제가 운전이 미숙해서 안될 것 같고, 영화 & 드라마 엑스트라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는 할 수 있었으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포기하게 되었고,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는 일단 '나이'에서 제한이 걸리더군요, 새삼 제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을 이번에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육체적인 노동은 힘들 것 같아서 못하겠고 얼굴 팔리는 일은 창피해서 못하겠고 하고 싶은 일은 나이나 경험 때문에 할 수가 없고 이래저래 제 입맛에 맞는 일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 바텐더라는 직업을 15년 동안 한 길만을 꾸준히 걸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코로나 같은 재난 사태에서는 무색할 정도로 제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바텐더의 직업 특성상 밤에 영업을 해야 하는데 21시까지 밖에 영업을 하지 못하니, 낮 시간부터 영업을 한다고 해도 일단 손님이 오지도 않을뿐더러 손익 구조를 따져봤을 때 오히려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에 알바천국에서 보았던 일들의 하루 7~8시간 정도의 근무에 일급이 8만 원 정도였는데, 제가 쌓아온 능력에  대비하여 7~8시간에 8만 원은 '너무 적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에 게스트 바텐딩 같은 출장 행사에 나가면 4~5시간에 기본급이 최저 20만 원 이상인데 제 본업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 8시간 대비 시급 만 원을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욱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시작한 것이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칵테일 클래스입니다. 처음부터 이 클래스를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제 블로그에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지금의 칵테일 클래스를 성공적으로 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도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안 학교에서 강의를 5년째 하고 있지만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기도 하고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다 보니 재미있고 지루할틈도 없고 만족한다는 후기를 들을때마다 보람찬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생활비를 쪼개고 아껴 쓰면서 지내는 요즘, 왜 진작 이렇게 아끼고 저축하면서 살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지나간 세월은 이미 늦었고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긴 하다만....


그리고 없는 살림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큰돈을 들여서 와인 고급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재난 사태로 인하여 홈술이 늘어나고 와인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고 한치의 앞길도 예상할 수 없는 요즘에는 반드시 직업적으로 다른 길을 찾아놔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태가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아주 늦은 새벽까지 영업하는 우리나라의 활발한 밤 문화는 이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AI 로봇이 바리스타, 바텐더, 식음료 서비스를 대신하고 요즘과 같은 이런 사태에서는 과연 이 직업이 얼마나 경쟁력일 갖추고 있는지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현시점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더욱더 능력을 키워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라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넋 놓고 있다가는 실업자가 되기 딱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완벽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좋은 바텐더라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이것을 찾아주는 고객이 없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업계에 모든 청춘을 바친 지금의 저에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저는 이 직업을 매우 아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에는 별 다른 대책이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결국에는 이런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으면서 그동안 자만했던 제 자신을 깨달았고, 소비 습관을 반성하고, 먹고살기 위해서 간절하게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칵테일 클래스 같은 또 다른 재능을 찾을 수 있었고 남은 시간을 알뜰히 사용할 수 있는 공부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이런 최악의 상황이 닥쳐서 저에게는 큰 시련을 겪고 있지만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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