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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Feb 05. 2021

바텐더가 되고 싶은데 꼭 관련 대학교를 가야하는가?

그 동안 칵테일이나 다른 주류들을 다루면서 글을 쓰다 보면 많은 경험들이나 제가 성장하던 시절들이 줄곧 많이 떠오르곤 합니다. 저는 지금 바텐더 14년차 이며 바의 오너 그리고 칵테일에 관하여 강의하고 있는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간혹 업계와 관련된 카페나 네이버 지식인에서 가장 많이 봤던 질문들 중에 하나가 '반드시 관련된 학과의 대학교에 가야 하나요?' '바텐더를 하려면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들은 심심치 않게 보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대학 가지 않아도 되고 학력이나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 입니다.

본인이 바텐더가 되고 싶다면 공고가 올라와 있는바에 지원해서 그곳에서 원하는 조건만 맞는다면 성별 나이 상관이 없이 누구나 근무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어떤 직업이던지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바텐더라는 직업은 시작하기가 문턱이 낮은 만큼 시작하기는 쉬우나 어떤 바텐더가 되어서 성공을 하기까지가 매우 어렵죠, 요즘 많이 사람들이 즐기는 방송 미디어 플랫폼처럼 카메라만 있다면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유명해지고 성공해지기가 어려운 것처럼 바텐더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느냐인데 일반적으로 2년제 전문대학이 많으니 전문대학을 예로 들자면 바텐더 혹은 서비스업에 대해서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배운다고 이해하면 빠를듯합니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싼 등록금을 내고 겨우 직업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지방에 있는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2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해보라라고 하면 창피하지만 기억 남는 것이 레스토랑에서 포크 나이프 쓰는 테이블 매너 이거 하나 기억납니다;;


물론 많은 것을 배웠고 공부를 안한 제 잘못이 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 제가 강의하고 있는 주장 실무 시간에 교수님께서 술병에 위스키과 보리차를 섞은 것으로 엉터리 올드 패션드 칵테일을 실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과비로 냈던 그 재료비가 술을 구입하는 명목이었는데 당시에 제가 냈던 비싼 등록금과 학과비는 어디로 증발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제가 04학번이니 그때 당시에는 플레어 바가 굉장히 성행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술이나 술의 종류도 요즘처럼 많지 않았죠, 하지만 요즘은 칵테일을 잘 만들고 실력 있는 바텐더들이 굉장히 많고 바 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법이나 주류들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인데, 요즘에 학생들이 출전하는 대회에 참관해서 보고 있자면 아직도 10여 년 전 제가 바텐더를 처음 시작할 때의 기술이나 레시피를 가지고 출전한 것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분명 학교에서 배워서 출전을 했을 텐데 발전되지 않은 옛날 2000년대 레시피와 바텐딩 자세를 보고 있노라 하면 솔직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제가 대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분명히 졸업해서 실전에 나가면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건 오래된 구닥다리 기술들이었구나...'라고 후회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조주기능사에 기출되는 칵테일 레시피로 실전 업장에서 만드는 업장이 우라나라에 몇이나 될까요? 아마 거의 없을겁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이 조주기능사의 칵테일들이 실전에서도 사용되는줄 알고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라는겁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라는대로 열심히 했을뿐인데 비싼 등록금을 내고 현실에 한참 뒤처져있는 교육을 받고 대학을 선택을 했던 학생 본인이 그 잘못된 교육의 결과를 고스란히 감당해야하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교육해 주는 교육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교육자 스스로도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학교가 이렇다 라기 보다는 많은 전문대학에 이런 식음료 전문 과정 중에 이런 실무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무 과정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아서 이런 아쉬운 일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텐더가 되기 위해서 대학교를 굳이 가야 하나?라는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질이 부족한 교육자들이 많기 때문에 안가도 된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학교는 바텐더나 서비스 직종에 들어가기 위해 기초 교육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지 바텐더의 업무와 칵테일을 2년이라는 기간 동안 1주일에 4~5시간 배우는 실무 교육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어쩌면 학교에서 2년 배우는 것보다 바에 신입으로 들어가서 2개월 배우는 것이 실무에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텐더 학과 같은 경우 바텐더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바텐더&바리스타 학과입니다 칵테일과 커피를 배우면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가 있는데, 자신의 의지가 바텐더나 바리스타 둘 중에 하나가 확실하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제가 항상 학기 개강 첫 시간에 진로에 대해서 설문 조사를 하면 확실한 자신의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20% 정도가 안됩니다. 이건 바텐더가 되기 위해 확실히 마음먹고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없다는 뜻입니다. 24살에 저도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내가 앞으로 무슨일을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보통은 절반은 카페로 취업을 나가고 절반은 바텐더가 관련된 직장으로 취업을 나가게 되는데 바텐더를 희망했던 학생들은 복리후생 때문에라도 호텔로 취업을 희망하고 실제로 호텔로 많이 취업을 나갑니다.

특이 케이스가 아닌 이상 호텔이나 기업의 경우에는 전문대 졸은 필수이기 때문에 관련된 직종의 호텔이나 기업체로 취업을 원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2년제 대학이나 4년제 대학은 필수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호텔에 근무하지 않을 거고 일반 업장에서 근무할 것인데 전문학교를 가야 되나?라는 것인데, 이것은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고 의지입니다.


일부의 학생들이 일반 업장으로 취업을 나가게 되는데 정말 꿋꿋하게 오래 버티는 학생들이 굉장히 드문 편입니다.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6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두는 학생들이 태반이죠,

저도 제가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던 제자들을 칵테일 바에 취업을 내보냈던 적이 있었는데 일반 업장에 내보냈던 친구들은 지금 전부 바텐더를 그만두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죠. 제자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만둔 이유인 즉슨 술 취한 손님들의 언행에 상처를 많이 입었고 이렇게 설거지를 많이 할줄 몰랐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업장은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했는데도 말이죠.


학교에서 제가 교육해 주는 과정들은 기초부터 요즘에 유행하는 트랜디한 칵테일까지 강의와 셰이킹의 원리 얼음의 중요성 등등 시연, 실습을 하는데, 제대로 관심 있게 듣고 활용하는 학생들도 있을 거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달렸다는 거죠,


그리고 대회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열정이 있는 학생들도 있고 조주기능사 자격증 취득이나 칵테일 대회에 나가서 대학부에서 입상을 하는 학생들도 매년 탄생을 합니다. 하지만 현역에 근무하는 바텐더들은 알겠지만 학생부 바텐더 대회에서 입상을 했고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노력을 많이 했구나 정도로 생각을 하지 대학부에서 우승했고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바텐더의 업무를 할 줄 알겠구나?라고 생각하는 현역 바텐더들은 없을 겁니다.


대학교에서는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어떤 서비스 직종으로 가는 방향성을 알려주고 바텐더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바텐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에 대해서 강의합니다. 서비스 마인드에 대해서 교육하고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업인만큼 바텐더로써 어떠한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줍니다. 단,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전문학교일 경우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관련 전문 대학을 가지 않고 신입으로 입사해서 배우는 실무가 훨씬 빠릅니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진상 손님 대처법이라든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같은 것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바텐더로써 성장을 할지는 대학의 졸업의 유무보다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업장의 현역 선배에게 교육을 받고 근무를 같이 하는지에 대해서 영향을 많이 받으니 입사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그 바에 적어도 2~3번 정도는 방문을 해보고 결정하라고 조심스레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바텐더를 꿈꾸는 학생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본인이 어떤 바텐더가 되고 싶은지부터 결정을 하고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을듯싶습니다. 대학 과정이 불필요하게 느껴져서 바텐더를 시작했다가 기업체로 취업을 하려고 그때 가서 대학을 가려고 하면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4년제를 불필요하게 느꼈기 때문에 2년 전문대학을 졸업했지만 4년제 대학의 필요성을 느껴서 31살에 뒤늦게 편입하여 4년제를 졸업했습니다.


아무 쪼록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앞으로는 바텐더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것들을 일기 형식으로 작성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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