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07년에 병역을 마치고 이 업계에 아르바이트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조주기능사 실기를 취득하려고 했는데 학원비가 없어서 돈을 벌면서 배우고 실기만 취득하고 바로 그만 둘 생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바텐더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1도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텐더 업무에 슬슬 재미를 붙여가던 무렵이었는데 2007년에는 다음 카페가 거의 대다수가 이용하던 커뮤니티였는데, 'SPEED FLAIR'라는 플레어 바텐더 카페에서 당시의 1세대 바텐더 선배들의 동영상을 수도 없이 플레이하면서 돌려보고 연습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지금이야 뭐...유튜브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같은 플레어 동영상을 하루에 몇 십 번쯤 돌려보고 업장에 나가서 기억력으로 끄집어내어 연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 동영상 속의 1세대 바텐더 선배들은 실로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동영상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와...나도 언젠가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주 가끔씩 선배들과 술자리를 할 때면 그때 이야기를 하고는 하는데, 아마 당시에 바텐더를 하던 분들이라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전설적인 플레어 바텐더 선배들의 이름이 거론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재는 그 선배들의 나이가 40대 중 후반 정도이실 텐데 "지금은 그 선배들은 뭐하고 계세요?"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현업을 떠나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일본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50~60대에 아직 현업에 있는 바텐더들도 많이 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는 연로하신 바텐더분들은 많이 계시진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제 주변에 40대 바텐더들은 거의 대부분 바를 운영하는 오너로써 현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만, 50~60대에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은 굉장히 드물죠,
그 이유는 무엇인고 하니, Bar 그리고 Cocktail 이라는 문화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88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해외 식음료 문화가 조금씩 유입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TGI 프라이데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플레어 바 문화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바 문화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세월이 10년쯤 지나서 제가 그때도 현업에 있을까라고 생각해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글쎄 나도 모르겠다"입니다. 물론 저는 바텐더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요즘 들어서 미래에는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이전에도 저의 머릿속에는 항상 "?" 물음표였습니다.
10년 뒤에는 제 나이는 어느덧 47세가 되어있을 텐데, 과연 그때도 지금처럼 꿋꿋하게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몇 가지 이유로 간추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직업군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요즘들은 제 나이 또래의 바텐더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꽤 됩니다;; 특히 서비스 직군의 공통점이 바로 오래 서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자세를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관절염은 기본 옵션이고 거기에 허리 디스크가 터지곤 합니다. 저도 디스크까지는 아니지만 도수 치료를 꽤 오래 다녀서 괜찮아졌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을 못 자 침대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ㅠ...
야간에 근무하는 데에다 술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음주를 멀리해야 하죠. 아지만 머릿속으로 이론적으론 알고 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허허...
저는 1주일에 5회 이상 웨이트와 유산소 운동을 합니다.. 근육질의 몸매를 만든다기보다는 신체 나이를 유지하고 건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매년 정밀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으러 갈 때면 바짝 긴장을 합니다.
젊었을 때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돈을 적게 벌더라도 제가 원하는 일에 성취감을 느끼는 맛에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없었겠지만, 30대 초반이 지나면서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합니다. 지금 받는 월급으로 내가 언제 집을 사고 언제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들기 시작합니다.
제가 2008년도에 특 1급 호텔에서 월급이 14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200만 원 정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의 뭐 최저 임금이죠. 업계의 월급이 오른 것이 아니라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최저 임금이 올랐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그때 당시나 지금이나 바텐더의 직업군은 최저 임금 언저리에 머물러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어느 직업이나 경력이 없는 초반에는 최저 임금으로 시작을 해서 시간이 점차 흐름에 따라 경력이 쌓이고 승진을 하고 호봉이 올라가서 연봉이 오르는 일반 회사와는 다르게 바텐더 직업군은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경력이 몇 년씩 더 쌓여 월급이 올라갈 수는 있겠으나 많아봐야 10만 원 20만 원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경력이 10년 차쯤 돼도 본인이 오너가 아닌 이상 월급 실수령액 300~350만 원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여기까지는 오너가 아닌 직원이었을 때 이야기라고 치고 아마 40대쯤에는 자신이 업장의 오너가 돼있다고 생각해 보면, 장사가 늘 잘 된다면 좋겠지만 코로나 같은 변수를 포함하여 월급을 받았던 직원 때보다도 돈을 더 못 벌 수 있는 지금 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한 가지는 본인이 업장을 오픈하면 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죠, 하기야 누가 망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사업을 시작을 하겠냐마는, 업장을 망해서 폐업해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언제라도 또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똑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망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항상 생각하고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저는 좋은 집에 살고 싶고 좋은 차도 타고 싶고 아이도 풍족하게 키우고 싶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서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는 모자람 없이 살고 싶은 성향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결혼을 해서 집을 전세 대출로 깔고 아이까지 풍족하게 키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족히 최소 천만 원쯤은 들 텐데,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는 당연히 빠듯하고 본인이 운영하는 업장의 오너로써도 천만 원을 가져가려면 직원이었을 때보다 정신적으로 몇 배는 더 힘든 스트레스와 노동을 각오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우려가 되는데, 호텔에 근무할 때는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바 안에서 바텐더로 상주한다기보다는 홀에서 전체적인 관리와 주로 서류&컴퓨터 업무가 대부분입니다. 바텐더가 바에서 근무를 하지 않고 오피스에서 근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연스럽게 바텐딩에 대한 감각이 떨어집니다.
업장을 운영하는 오너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 한들, 바에서 근무는 근무대로 하고 업장 운영에 전반적으로 신경을 쓰다 보면 체력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음료에 대한 연구와 업장 운영 이 두 가지를 전부 잘하는 오너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 들을 존경합니다.
저는 바텐더 경력 15년 동안 음료 연구에 몰두하고 지식을 쌓는데 집중한 시간은 7년 정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7년 동안의 노력이 지금에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30대 중후반에 들어서며 업장을 운영하면서 바에서 근무하는 시간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연구도 자연스레 멀어지면서 바텐딩 감각이 무뎌지더군요.
돈을 벌기 위해서 무리해서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나빠져 체력의 문제로 이어지고 바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서 음료에 대한 노력과 연구를 하지 않는, 트렌드에서 멀어지고 창의력과 실력은 제자리에 그대로 머물러져 있는 뒷방 늙은이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이죠.
이 상황을 현재의 우리나라의 대학 실무 교육이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의 업계 근무 경험으로 구닥다리 음료 교육을 현재의 20살 대학생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뭐 교육자들의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들이야 다들 있겠지만, 무수히 많은 개인의 사정들로 인하여 트렌드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고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아마 10년 뒤 2031년 현재 오늘날에 유행하는 음료 트렌드를 고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많은 바에서 제가 바텐더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 2000년대 초반, 한참 유행이 지난 옛날 스타일의 칵테일을 판매하는 Bar들이 많습니다. 물론 각자 다른 업장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일 거라고는 하나, 판매하는 칵테일과 업장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바텐더로써 음료를 다루는 직업적으로 연구를 한다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전문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코로나의 영향으로 운영이 힘들겠지만 이번 사태로 알 수 있듯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력을 쌓아놓지 않으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언제 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결과적으로 내가 이 업계에서 40~50대 이후에도 바텐더로써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 끝없이 연구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업종으로 직업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지금은 앞서 제가 이야기한 건강, 돈, 실력과 창의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60대에도 바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텐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