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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Feb 24. 2021

드라이 마티니(Dry Martini)_신사들의 칵테일

칵테일

아마도 마티니(Martini)를 주제로 바텐더들 4명이 모여서 토론을 하면 날 밤을 새워서 이야기해도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드라이 마티니(Dry Martini)가 가장 시초로써 마티니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어 앞에 무엇을 붙였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에스프레소 마티니, 애플 마티니처럼 너무나도 많죠, 이것들은 드라이 마티니에서 파생되었다기보다는 특유의 삼각형 칵테일글라스 일명 '마티니 글라스'에 음료를 담기 시작하면서 이런 이름들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드라이 마티니는 누가 먼저 만들어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버무스 브랜드인 'Martini'사의 창업자 마티니와 루시의 이름을 따서 자사의 브랜드의 알리기 위해서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 알려진 칵테일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드라이 마티니는 생각해 보면 매우 간단한 칵테일입니다. 진과 드라이 버무스 그리고 올리브, 이 세 가지의 재료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오렌지 비터를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마티니를 젊을 시절 몇 번 마셔본 뒤에는 무슨 맛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마티니 주문이 들어오면 형식적인 스터(Stir) 기법으로 만들어서 서브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나이가 들고 서른 초 중반쯤이 되어 갈 때, 우연히 다른 바에 가서 마티니를 마셔본 뒤에 무릎을 탁! 치면서 마티니 맛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마티니를 종종 마시면서 '맛있는 드라이 마티니는 무엇인가에'에 대한 정의를 나 홀로 정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올리브가 당기는 짭짤한 끝 맛'입니다. 마티니에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식재료 중에 올리브를 넣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바텐더 경력이 한 10년쯤 됐을 무렵 이해가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마티니용 올리브로 추천합니다. '카스텔베트라노' 1만원

아주 차가운 진의 드라이한 마티니 한 모금을 머금고 올리브를 한입 베어 물면 특유의 솔티한 짭짤함과 고소함이 느껴지는데, 이 조화가 아주 좋습니다. 강한 알코올 향을 중화시켜주면서 입안에 은은한 감칠맛을 남게 해줍니다.

드라이 마티니의 비율을 보면 버무스가 아주 소량 첨가가 되는데, 아니 이렇게 조금 넣어서 무슨 맛이 느껴질까...라고 생각이 될 만큼의 양이 첨가가 됩니다.  그리고 버무스의 맛을 보면 그다지 개성이 강한 맛도 아닌 약간의 시큼 달달한 맛이 느껴질 뿐이죠,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정도의 맛과 양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즐겼던 마티니의 레시피의 비율은 취향 따라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라고 주문을 하는데, 일단 마티니를 진이 아닌 보드카로  쉐이킹해서 마시게 되면 드라이한 맛은 사라지고 얼음에서 녹아 나온 물과 쉐이커 안의 공기와 합쳐서 드라이하다는 느낌보다는 약간은 묽게 느껴지면서 보드카의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 신사들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영국 역사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데, 주인공 에그시는 "마티니, 보드카 말고 진으로, 버무스 개봉하지 말고 10초간 저어서,' 라고 주문을 합니다. 이것은 미국의 제임스 본드를 비꼬는 정반대의 마티니 주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23살 무렵 바텐더를 막 처음 시작했을 때 드라이 마티니를 처음 마셔보고는 "윽... 이런 걸 왜 마시지... 저어서 마시나 흔들어 마시나 맛없고 쓰게 느껴지는 것은 매한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에그시 마티니의 오리지널은 윈스턴 처칠의 레시피에서 오마주를 한듯합니다. 처칠 수상의 마티는 버무스를 섞지않고 바라만 보면서 마티니를 만들어마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문으로는 마티니를 만드는 도중에 글라스에 대고 '버무스'라고 속삭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마티니의 만드는 기법은 스터링으로 일명 '젓기'라는 기술인데 마티니의 진정한 맛을 좌우하는 것은 이 젓는 기술이 절반 이상입니다. 스터링의 기술로 얼마나 어떻게 저어야 어떤 방식의 마티니를 만들 수 있는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술의 보관 온도, 얼음, 진의 브랜드, 프랑스 or 이태리 버무스, 올리브 고려해야 될 부분들이 상당히 많은 칵테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마티니를 만들 수 있는 바 스푼과 믹싱 글라스가 필요합니다.

거의 뭐... 이런  많은 조건들을 전부 따졌을 때는 바가 아닌 외부에서는 거의  못 만들어 마신다고 봐야 되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집에서 마티니를 즐길 때는 병 표면에 하얀 서리가 맺힐 정도로 냉동고에 진을 보관한 후에 버무스 살짝 넣고 드셔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깁슨(Gibson)

그리고 드라이 마티니에 올리브를 빼고 미니 어니언을 넣고 마시면 깁슨(Gibson) 이라는 칵테일이 되는데, 무슨 가니쉬 하나로 칵테일 이름이 바뀌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올리브와 칵테일 어니언 이 두 가지로 마티니를 드셔보시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올리브가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라면 칵테일 어니언은 양파의 가장 중심 부분을 식초, 설탕, 소금으로 절여놓은 양파 피클 정로 이해하시면 되는데, 대형 마트 같은 수입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감은 아삭하면서 살짝 매운맛과 단짠의 조화가 펼쳐지는데, 올리브와는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칵테일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마티니 '베스퍼(Vesper)'


영화 007 시리즈 그리고 킹스맨에서는 '신사라면 마티니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라는 대사 같은 영화에서 비춰지는 이미지처럼, 드라이 마티니는 젠틀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웬지 수트를 차려입고 마셔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이 드라이 마티니의 쌉싸름한 알코올의 향이 기분 좋게 다가오더군요,(문제는 저는 신사 아니고 그냥 아재 ㅇㅇ)

그래서 한편으로는 제가 마티니의 맛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그 동안 내가 만들어 서브했던 마티니는 맛이 있었을까? 라는 의문도 들더군요. "나는 안 좋아하는데 손님이 원하니까 만들어 드림"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마티니의 맛을 이해하고 있는 바텐더가 만드는 마티니가 최고의 마티니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바에서 사드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술은 조주사에게.


아래는 제가 작성한 버무스에 관련된 네이버 블로그 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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