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텐더를 거의 20년 가까이하고 있지만,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마셨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요리하는 사람들이 집에 가면 절대 요리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과 같이 이치일 것 같긴 한데,
굳이 집까지 와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기가 상당히 귀찮습니다.
(직장에서 하는 일을 집까지 가져와서 한다는 느낌이랄까.....)
이건 어디까지나 칵테일을 업으로 삼는 저 같은 사람들의 경우일 테고, 집에서 취미로 홈텐딩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아마도 꽤 많은 술들을 집에 보관하고 계실 텐데, 아마도 대부분 만들기 쉽고 맛있는 달달한 칵테일을 만드는 것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을 테니, 집에서 홈텐딩을 하시는 분들에게 필수적인 3대장 리큐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깔루아, 말리부, 베일리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드카에 깔루아 블랙러시안, 럼이나 주스에는 말리부, 우유에 베일리스만 대충 타도 달달하니 꽤 마실만한 칵테일이 될 테니, 아마도 이 3가지를 필수적으로 구매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야 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제 기준으로 반드시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할 리큐르는 뭐가 있을지 순위별로 생각해 봤습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의견 100%)
어찌 보면 위에 언급한 깔루아와 포지션이 겹치는 술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하자면,
저는 깔루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에서 일단 구비는 해두고 있지만, 1년에 한 병을 다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커피의 풍미보다 흑설탕처럼 느껴지는 단맛이 너무 강하게 앞서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스터 블랙은 설탕 같은 단맛보다 에스프레소의 로스팅 향이 먼저 느껴집니다.
점도가 낮고, 단맛의 존재감이 과하지 않아 칵테일의 전체적인 맛을 무겁게 만들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물론이고, 보드카나 위스키에 소량만 더해도 맛의 방향이 분명하게 달라집니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커피 리큐르를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저라면 깔루아 대신 미스터 블랙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약초 계열에서 딱 한 가지만 사야 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지 고민했는데, 사실 샤르트뢰즈 그린이 수급이 원활하다면 당연히 그걸 추천했겠지만, 이제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의 난이도이기 때문에 드람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스카치위스키를 베이스로 허브와 꿀이 더해진 구조라 향이 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둥글게 정리된 인상을 줍니다.
약초 향이 분명하긴 하지만, 앞으로 튀어나오기보다는 뒤에서 술의 방향을 잡아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드람뷔는 무언가를 새로 더하는 술이라기보다는 위스키를 조금 더 편하게 마시게 만드는 술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러스티 네일처럼 단순한 조합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위스키에 소량만 더해도 맛의 인상이 부드럽게 바뀝니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허브 리큐르를 하나만 둬야 한다면 드람뷔를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레시피는 온더락 글라스에 드람뷔와 위스키를 반반씩 넣어 레몬 껍질을 넣어서 마시면 달달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달달한 리큐르보다 스위트 베르무트가 먼저 필요한 이유는 맨해튼, 네그로니, 불바디에 등등 무궁무진하게 많은 클래식 칵테일의 필수 리큐르 입니다.
클래식 칵테일을 좋아하는 홈텐더라면 무조건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되는 아이템입니다.
한 병만 있어도 위스키와 진의 쓰임새가 눈에 띄게 넓어집니다.
위와 같은 클래식 칵테일을 만들 때 도수가 높지 않고, 단맛, 허브, 쓴맛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비율을 조금 틀려도 큰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충 만들어도 맛있다는 뜻)
단맛이 많이 나는 칵테일 보다 무게감이 있는 칵테일을 만들기 원하는 분들은 필수적으로 꼭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오픈 후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 필수)
칵테일에만 쓰일 뿐 아니라, 제과 제빵, 초콜릿에도 널리 쓰이는 리큐르 입니다.
사워 타입의 칵테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리큐르 입니다.
오렌지 향의 성격이 분명하고, 단맛보다 아로마의 역할이 정확합니다.
코인트로는 달콤한 오렌지 술이라기보다는 시트러스 향의 기준에 가까운 리큐르입니다.
향은 또렷하지만 과하지 않고, 술의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워 계열 칵테일에서 코인트로는 맛을 더하는 재료라기보다는 구조를 완성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마가리타, 사이드카, 화이트 레이디처럼 산미가 중요한 칵테일에서는 코인트로가 들어가느냐 빠지느냐에 따라 전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오렌지 리큐르를 하나만 둬야 한다면 저는 고민 없이 코인트로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코인트로가 가격이 부담되기 때문에 여타 다른 브랜드의 트리플 쎅 리큐르와 고민을 하실 수도 있는데, 트리플 쎅보다 압도적으로 풍미적인 면에서 퀄리티가 비교가 안됩니다.
가급적이면 저렴한 트리플 쎅 보다는 코인트로를 추천합니다.
캄파리를 이번 리스트에서 1번에 둔 이유는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와하하하!!
사실 캄파리는 맛이 확고하기 때문에 캄파리를 넣었을 때는 다른 재료 그 어떤 것을 넣더라도 캄파리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중화되어 옅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파리를 필수 리큐르 재료 1위인 이유는, 질리지 않는 기분 좋은 쓴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맛이 분명한 술보다 쓴맛이 또렷한 술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쓴맛의 기준이 되는 술이 바로 캄파리입니다.
캄파리는 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습니다.
쓴맛이라는 개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술에 가깝습니다.
네그로니나 아메리카노 같은 클래식 칵테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집에서 술을 마실 때 이만큼 명확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리큐르는 드뭅니다.
달달한 리큐르가 많은 홈바 환경에서는 오히려 이런 쓴맛을 가지고 있는 술이 하나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오렌지주스와 함께 5:1 비율로 캄파리를 살짝 넣고 마시면 오렌지의 상큼한 단맛과 쓴맛이 아주 좋습니다. 소다수를 넣어도 좋고, 단 맛을 가지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에도 살짝 넣어서 마셔도 좋습니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즐거움은 완성도보다 과정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틀려도 괜찮고, 비율이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술은 많을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내 취향이 분명할수록 오래 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