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위스키
저희 집이 얼마 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들이를 다섯 번, 여섯 번 정도 하게 되었는데, 이럴 때 술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사실 저는 이 업계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술 선물을 받는 입장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집에 있는 술을 꺼내어 대접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지인이나 제자들에게 술을 선물받을 때면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바텐더라서 술을 워낙 잘 아시니까, 뭘 골라야 할지 정말 고민했다"라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집들이나 모임에 갈 때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몰라 고민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바텐더라고 해서 개인적인 취향이 있기야... 하겠지만 서도 저도 그냥 남들이 좋아하는 술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술 취향이 별로 뚜렷한 편 아님;)
집들이나 모임 선물로 술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몇 가지가 있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그 자리에 모이는 사람들의 성별과 연령대입니다.
모이는 사람들의 주량이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취향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임에 가져갈 술을 고를 때 항상 하나의 기준을 세웁니다.
누가 마셔도 부담 없는, 향과 맛이 과하지 않은 술입니다.
소위 말해, 튀지 않지만 균형이 잘 잡힌 술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스트레이트 전용 싱글 몰트위스키보다는 하이볼로 마시기 쉬운 블렌디드 위스키처럼
밸런스가 안정적인 술이 더 적합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6종의 위스키는 100% 제 개인적인 취향이며, 기준은 호불호 없이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으며,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위스키들을 골라봤습니다.
1. 벤리악 12년 (Benriach 12yo)
"과일 향 가득한 부드러움, 위스키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종류: 스페이사이드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싱글몰트 위스키 중에서 제가 가장 제 취향인 위스키입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사심 그득그득)
야외에 놀러 다닐 때, 힙 플라스크 휴대 위스키 용기에 이 위스키들 넣고 다닐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위스키입니다.
쉐리, 버번, 포트라는 세 가지 다른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구운 과일의 달콤함과 꿀, 부드러운 바닐라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집니다. "위스키는 독하고 써!"라고 생각하는 '위린이들에게 " 권하기 가장 좋은 위스키입니다. 혀에서 느껴지는 깊은 단 맛이 비슷한 숙성 연수 위스키 중에서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 믹터스 US1 스몰 배치 버번 (Michter's US1 Small Batch Bourbon)
"니트로도, 하이볼로도 완벽한 미국의 맛"
종류: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
제가 좋아하는 위스키 2순위..... 저는 개인적으로 온더락으로 위스키를 즐겨야 한다면, 강한 향 때문에 버번위스키를 선택하는 편인데, 믹터스 버번은 니트로 즐겨도 캐러멀과 오크의 풍미가 좋고 온더락으로 즐겨도 이 풍미가 퍼지지 않고 잔 안에 남아있는 위스키입니다. 개인적으로 남성분들 모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남성미 뿜뿜)
얼음 가득 넣고 탄산수만 부어 '버번 콕'이나 '버번 하이볼'을 만들어 마셔도 탄탄한 바디감이 탄산에 밀리지 않아 최고의 칵테일 베이스가 됩니다. (참고로 가격은 좀 있는 편임)
3. 조니워커 골드라벨 리저브 (Johnnie Walker Gold Label Reserve)
"냉동고에 꽝꽝 얼려마시면 맛있는 위스키"
종류: 블렌디드 스코치 위스키
사실 조니 워커 그린과 골드 중에 어느 것을 추천할지 살짝 고민했습니다. 그린을 추천하기에는 너무 남성적인 느낌이 강해서 골드를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조니워커 골드는 사실 레드나 블랙 따위와 비교가 안되는 제품 입니다.
크리미한 질감과 꿀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입니다. 특히 아주 차갑게 병 표면에 성애가 맺힐 정도로 칠링 해서 마시면 그 꾸덕꾸덕하고 꿀물이 떨어지는 듯한 질감과 함께 알코올의 향은 지워지고 부드러움이 배가 됩니다. 실패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선물용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4. 로얄 브라클라 12년 (Royal Brackla 12yo)
"왕실이 보증하는 품격, 대화의 시작을 여는 스토리 텔러"
종류: 하이랜드 싱글몰트 스코치 위스키
이 제품은 처음 출시됐을 때까지만 해도 별 흥미가 없었는데, 한 번 두 번 마시다 보니 숨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더락 보다는 니트로 즐기시길 추천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위스키를 추천하게 된 계기는 음식과 아주 훌륭한 페어링을 보이는 위스키입니다.
얼마 전에 광어회를 곁들여서 이 위스키를 마셨는데, 요 근래 마셔본 위스키 페어링 중에서는 최고의 궁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2년이 15년이나 18년 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쉐리 캐스크 피니시를 통해 말린 과일의 진한 단맛과 견과류의 고소함,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5. 글렌피딕 15년 (Glenfiddich 15yo)
"전 세계가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절대적인 안정감"
종류: 스페이사이드 싱글몰트 스코치 위스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까 저는 단맛이 가장 위스키는 좋아하나 봅니다; 다들 극강의 단맛의 캐릭터를 추구하는 위스키들만 모여있군요. 제 블로그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12년은 제게는 감성으로 마시는 술이라면 15년은 정말 '맛'으로 마시는 위스키입니다. 은은한 꿀 향과 따뜻한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누구에게 내놓아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훌륭한 모임용 위스키입니다.
6.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 (Hibiki Japanese Harmony)
"식탁 위의 예술품,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화려함"
종류: 재패니즈 블렌디드 위스키
마지막으로 히비키를 선택한 이유는, 전반적으로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고 다채로운 풍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한 술을 좋아하지 않은 여성분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위스키로 잘 알려져 있으며, 남성분들 중에는 다소 담백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그 균형감과 정제된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며 즐기시는 분들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히비키는 '하모니(조화)'라는 이름처럼 일본 위스키 특유의 섬세한 블렌딩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스카치위스키의 강렬함보다는 꽃향기, 오렌지 껍질, 화이트 초콜릿 같은 은은하고 섬세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다만,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잘 고려하셔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집들이를 하다 보니 느낀 사실인데, 꽤 많은 다양한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하다 보니, 생각보다 하이볼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꽤 많았습니다. 사실 하이볼에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지겹도록 다뤘지만, 그래도 손님 접대용으로 좋은 하이볼용 위스키도 추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택 기준은 가격은 최대 5만 원을 초과하지 않으며, 가쿠빈같은 누구나 알고 있을 만 재패니즈 위스키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1. 몽키숄더 (Monkey Shoulder)
개인적으로 소다에 타서 하이볼로 즐겼을 때, 위스키 특유의 풍미를 가장 잘 유지하는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바닐라와 오렌지 향이 강해 소다뿐만 아니라 진저엘을 섞어도 훌륭한 맛이 납니다.
일단 발베니와 글렌피딕이 원액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모인 지인들에게 말하면 일단 호응으로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틀 디자인이 5만 원 치고는 저렴해 보이지 않고 고급 져서 더욱 좋습니다.
2. 조니워커 블랙 라벨 (Johnnie Walker Black Label)
스모키함(훈연 향)의 정석입니다. 탄산수와 만났을 때 그 묵직한 풍미가 아주 매력적으로 변합니다.
단맛보다는 깔끔하고 깊은 맛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어른의 하이볼' 느낌이 있습니다.
3.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
니트로 마셔도 좋고, 온더락으로도 좋고, 탄산수와 섞어마시면 풍미를 잃지 않는 달콤하고 크리미한 맛이 일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콜라와 섞어 '버번 콕'으로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4. 포로지스 오리지널 (Four Roses Original)
일단 1L 의 대용량의 착한 가격만으로도 구매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 위스키입니다.
화사한 꽃향기와 과일 향이 특징으로 가볍게 즐기기에 가성비 최고의 버번입니다.
가벼운 바디감 덕분에 식사 도중 마시는 반주용 하이볼로 아주 훌륭합니다.
반대로 모임에 살짝 피하면 좋은 위스키들도 추천해 드리면 좋을듯합니다.
집들이 & 모임 자리에서 피하면 좋은 위스키
1. 피트 향이 강한 위스키
강한 스모키 향은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이지만, 모임 자리에서는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입니다. 첫 잔에서 “냄새가 너무 세다”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 병은 그대로 테이블에서 멀어지기 쉽습니다.
집들이 선물은 취향을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모두가 한 잔씩 편하게 마시는 자리라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씩 본인 취향을 남에게 좋은 거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건 제발 하지마....ㅠㅠ)
2.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
요즘, 독립 병입 위스키들이 많이 떠오르고 있는데, 캐스크 스트랭스(물을 섞지 않은 원액)는 눈이 매울 정도로 알코올 향이 강하고 도수가 높거나 질감이 무겁고 응축된 위스키입니다.
위스키 초심자들에게는 매우 접근하기 어려우며, 강한 알코올 좋아하는 헤비 드링커들에게 어울리는 매니악한 위스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술은 왜 이런 맛이 나는지 방법을 설명해야 하고,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서는 잔을 채우는 속도가 너무 느려지기 때문에 결국 몇 명만 즐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설명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거나 너무 고가의 위스키
"이건 이런 배경이 있고, 이렇게 마셔야 합니다." 라는 설명이 길어지는 술은 집들이 자리에서는 피로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이런 위스키들은 보통 가격이 낮지 않고 보통은 꽤 높은 편에 속하는 술인데, 제 기준으로 가격은 낮은데 이 술에 대해서 뭔가 설명을 해야 되는 술은 "캡틴 큐" 밖에 없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술이나 가격이 꽤 나가는 상당한 고가의 술을 가져왔을 때, 위스키의 경험이 적은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그냥 그 맛이 그 맛"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혹여나 ENTP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그중에 섞여 있다면, "윽! 이거보다 저 3만 원짜리 위스키가 훨씬 맛있다"라며 자기 의견을 주저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 고가의 술을 가져온 사람이 상당한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ISFJ들은 그날 집에 가서 베개에 얼굴 파묻고 울 수도 있음;;)
고 숙성의 위스키 같은 경우에는 향이나 맛이 섬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스키를 정말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서 더 잘 어울립니다. 집들이 선물용 위스키는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스키가 훌륭한 것과 집들이나 모임용 선물로 좋은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모임이라는 상황을 먼저 생각한 선택이, 결국 가장 좋은 선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