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의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중소기업, 그것도 빡센 의류벤더를?
나는 지금까지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았다.
중학교땐 그 시대에 흔했던 왕따도 제대로 한번 당해보고,
갑자기 베트남으로 가서 현지학교에 쌩으로 박치기 하면서 적응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귀국한 이후, 3개국어를 할 수 있고 남들이 없는 경험이 있다는 자신감에서였을까,
1년여간 돈 많이 주고 복지 좋고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그런 대기업에 나는 당연히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또,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했던가?
내 인생 첫 면접은 삼성물산이었다. 어찌저찌 최종면접까지 갔었는데 어떻게 보면 좋은 회사들의 최종면접까지 갔었던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며 더더욱 놓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시간은 계속갔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다보니 내 눈앞에 보이는 건 계속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 부모님,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는 우리 할머니,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공부하고있는 대학생 동생이었다.
사람이 하고 있는게 없고, 목표했던 것들이 계속해서 좌절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내가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인것 같은 끝없는 자기혐오, 나는 뭐든지 할 수있다라는 셀프 자신감 채우기가 계속 반복되면 처음에는 그냥 확 죽고 싶던게 해탈의 경지로 변한다.
그리고 또 어디 회사를 붙어도 잡코리아, 사람인, 블라인드에 있는 현직자, 퇴사자들의 회사평을 보면 사람 마음이 갈대처럼 바뀌어서, 연봉에 대해 듣고 자취할때 드는 생활비를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안가겠다고 한 적도 여러번이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저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베트남 시골쥐가 서울로 상경해서 원하던 직무였던 해외영업, 의류벤더 신입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주변에 해외영업을 20년 넘게 해오신 분이 말씀하시기를 의류벤더는 소위 걸레장사라고 할 정도로 일이 많이 힘들고 야근은 기본에 돈은 또 짜게주는걸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내가 이 회사를 들어오기로 생각한 이유는 솔직히 쳇바퀴 같은 취준생 생활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였다.
그리고 나름 직장을 구할 때 내가 정했던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였기에 앞 뒤 재지않고 합격이 된 다음날 바로 서울로 올라가 자취할 집을 찾아보고 계약해버렸다.
첫 날, 인사잘하고 싹싹하게 굴자를 머릿속에 백번은 더 넘게 새긴 것 같다.
그렇게 어리바리 우당탕탕 인생 첫 회사 첫 출근을 했던게 엇그제 같은데..
옷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쌩 초짜가, 영어 이메일이라곤 대학교에서 더듬더듬 틀릴까 영어표현을 찾아보며 교수님께 썼던 메일들이 전부였던 내가, 지금은 일한지 벌써 한달이 되어 회사 사수들이 맡겨주는 업무들을 하며 야근을 한다는게 스스로도 너무 신기하다.
아직도 이메일을 쓸 때 항상 긴장되고, 종종 실수들을 하지만(내가 싼 똥은 내가 잘 치우고 향수까지 뿌렸다) "신입인데 어쩌라고", "어 나 실수했다 그러게 왜 뽑았니" 같은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너무 실수에 매몰되어 다음 일들을 함에 있어 지장이 가지않게끔 노력하고 있다.
문과이지만 글 쓰는 걸 너무 싫어하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는 회사 이후에 나름대로의 자기계발 및 피드백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내가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 나가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로 내가 겪었던 취준생활을 똑같이 겪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소기업 신입사원으로서의 시점도 보여주기 위함이다.
뭐가 되었든 간에 야근을 얼마나 하건 몸이 힘들건 간에 어쨌든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유의미한 가치를 작게나마 만들어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고, 내가 버는 급여로 넉넉치는 않지만 독립적으로 도움을 받지않고 살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은 아주 큰 것 같다.
이런 성취감이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밀려드는 일, 밥먹듯이 하는 야근, 연고가 없는 서울생활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내 이야기를 처음 써보는데 잘 썼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첫 삽을 떴으니, 앞으로 꾸준히 글을 쓰며 성장해나가고 싶다.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계시다면 제 소소한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관계로 밑에 다음에 쓰고싶은 글의 재료들을 적어놓겠다.
신입사원 생존기 - 신입사원이 느끼기에 알고있으면 좋을 필수 목록
의류벤더, 그 속살을 발라먹어보자 (물론 신입사원 관점에서 ㅎㅎ)
가끔 나를 스쳐지나가는 박탈감
25살이 느끼는 인간관계 -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무언가
영어 이메일 작성법 정리 - *비즈니스 상황에서
내가 계획하고 있는 소소한 프로젝트 - 힌트) 인터뷰
감사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