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나이지리아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나는 MENA(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주로 담당했고, 추가로 인도와 중남미를 맡기도 했었다.
이전에도 나는 '오지 전문가'라는 프레임이 있었을 정도로, 에티오피아, 케냐, 알제리 등 아프리카 국가로 출장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지역은 치과 업계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곳이기도 하였다.
당시 진단기기 업계로 이직하게 되면서 말라리아 관련 해외영업을 하게 되었는데, 말라리아는 특히 서아프리카와 나이지리아에서 극성을 부리는 질병이었기 때문에, 나이지리아가 내 첫 출장지로 결정되었다. 아마 한국인 중에서도 이렇게 나이지리아를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며, 이는 희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발 전에 가장 먼저 마주한 난관은 바로 비자 발급이었다. 경험상 가장 까다로운 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였는데, 이번 나이지리아 비자 신청 과정은 그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까지 출장 중 가장 어려웠던 곳은 인도였지만, 이번 나이지리아 출장을 다녀오면서 나이지리아가 가장 힘든 출장지가 되었다.)
비자 발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다음과 같다:
여권 원본 + 황열병 예방 접종 카드 원본
대사관 비자 신청서 + 사진 부착
Form Imm-22 신청서 + 사진 부착
온라인 비자 신청서
초청장 컬러 사본 (현지 회사 제공)
초청 회사 대표의 여권 사본
나이지리아 사업자 등록증 컬러 사본
나이지리아 Business Permit (선택사항)
현지 회사 세금 납부 증빙 (Certificate of Tax Payment)
출장 명령서 (영문, 회사 대표 서명 포함)
사업자 등록 증명서 (영문)
비자 리퀘스트 레터 (영문, 회사 대표 서명 포함)
출장자의 영문 이력서
영문 졸업 증명서 (외교부 영사 확인 필요)
대학 인가 증명서 (외교부 영사 확인 필요)
영문 은행 잔고 증명서 ($5,000 이상)
황열병 예방 접종 카드 컬러 복사본
호텔 예약 확인서
항공권
여권 사본
Acknowledgment Slip
Payment Slip
각 서류는 비자 발급에 대해 대개 논리적인 흐름을 따른다. 즉, 비자 신청 -> 현지 회사 정보 및 신용도 확인 -> 출장 신청 -> 출장자의 신원 및 회사 정보 확인 -> 출장 일정 증빙 -> 비자 비용 결제의 순서로 진행된다. 따라서 비자 신청 단계에서부터 출장의 모든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나이지리아 비자 신청은 전문 대행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필수적이다. 비자 대행사를 이용해도 출장자가 직접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서류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행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기본적인 비자 신청서(대사관 비자 신청서, Form Imm-22, 온라인 신청서)를 대행사가 준비해 주기 때문이다.
비자 발급 비용은 다음과 같다:
비자 대행사 수수료
대사관 비자 신청비: 약 15만 원 (현금 계좌 이체)
온라인 비자 신청비: 약 $150 (온라인 결제)
흥미로운 점은, 비자 대행사 수수료 외에도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관에 직접 계좌 이체해야 하며, 나이지리아 비자 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자 비용을 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난감한 점은 나이지리아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온라인 결제가 종종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카드사 결제는 성공했으나, 나이지리아 시스템에서 승인되지 않아 다시 결제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에 대해 비자 대행사도 사전 동의를 받고 진행하는 실정이다.
비자 신청은 단순히 서류 제출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서류에는 법인 인감, 대표 실서명 등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대사관의 접수 시간은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1시 - 12시, 오후 1시 - 3시로 한정되어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출장자가 직접 해야 하며, 본인이 방문해서 접수하고 다시 방문해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신청 후 당일 발급이 불가능하며, 최소 이틀은 비자 발급을 위해 할애해야 한다.
대사관 입장 자체도 쉽지 않다. 입구에서 철저한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지며, 백팩, 서류 가방, 휴대폰 등은 반입할 수 없다. 또한, 최소 4장의 여권 사진을 준비해야 하며, 그중 2장은 제출 서류에 부착해야 하고, 나머지 2장은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이 추가 2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몰랐고, 여행사도 이 정보를 알지 못했다가 이후 우리에게서 업데이트를 받았다. 다행히 가방 안에 여분의 여권 사진이 있어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모든 서류를 제출한 후 대사관에서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유선으로 연락이 와서 다음 날 비자를 찾으러 오라고 통보한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로도 서류가 반려될 수 있으므로, 모든 서류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1주에서 2주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지리아 비자 신청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지만, 철저한 준비와 꼼꼼한 서류 정리가 있다면 결국 발급받을 수 있다. 이는 출장의 첫걸음이며, 처음 가보는 미지의 나이지리아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고, 험난한 여정을 각오하는 단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