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11]
작은 성취,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새벽의 고요함을 갈망하는 요즘이다. 20대 때는 밤을 새워가며 새벽을 맞이했지만,
이젠 숙면을 취한 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일어나고 싶다.
이불의 바스락 거림조차 울려 퍼지는 그런 새벽. 맑은 정신에서 이런 새벽의 예민함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매번 많이 실패했다.
그렇게 새벽을 좋아하지만, 새벽 찬 공기가 넘실거릴 때 하얀 기모 이불속의 따스함은 나의 의지를 꺾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다시 잠들어 소음이 가득한 아침에 일어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세상이 그렇더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더라.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원래 두 개다 마치 나의 것이었던 것처럼 둘 다 손으로 꽉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손가락 마디가 아려오고 둘 다 놓쳐버린다. 욱신거리는 두 손이 회복될 때까지 또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새벽을 택했기에, 밤은 포기해야 한다.
나는 지금의 삶을 살기 위해 뭘 포기했을까.
아니, 뭘 포기해서 지금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전자는 성공한 삶 속에서의 물음 같고, 후자는 문제 있는 삶 속에서의 물음 같다.
같은 문장이지만, 어느 문장이 더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가
themanwithyellow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