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정무역 사업을 멈추게 된 이야기.
공정무역을 한 지 2년 하고 수개월이 지났다.
스리랑카 소농민에게 코코넛 오일을 수입해 한국에서 패키징해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일이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이 일을 멈추려 한다. 유일한 수입원이었기 때문에 난 자연스럽게 백수가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도 아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공정무역 일을 하는 동안은 여러 비즈니스적 성과와 함께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지구 반대편의 농민들과 그 가족들의 자립을 도우면서 여기서는 청년창업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돈도 벌 수 있었으니 나의 직업만족도는 어떤 직업보다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사업을 당분간 멈추기로 마음먹은 것은 바로 '지구' 때문이다.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하던 때, '어떻게 하면 코코넛 오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팔 수 있을까'는 나의 최대 고민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나는 그 해답을 포장에서 찾았었다. 그 당시 국내 모든 코코넛 오일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고 이 것은 사용하기에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1회용 스틱형으로 만들면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야심차게 출시된 제품이 '1회용 스틱형으로 된 공정무역 코코넛 오일'이었다. 그때의 나는 플라스틱이나 지구환경에 대한 이슈에 대해 무지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사업을 이어가면서 '환경, 제로플라스틱' 이슈에 직면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플라스틱에서 오는 지구에 대한 죄책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만족도는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유일한 수입원이기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애써 외면하려 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순 없어. 지금 스리랑카 소농민들을 잘 돕고 있잖아
그래도 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내 어느 곳을 찌르기 시작했고 짧지 않은 시간을 선택의 기로에서 혼란과 보냈다. 그러면서 내가 시작한 것은 환경과 공정무역 관련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그곳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 책(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을 인용하면 그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의 세계에는 따뜻한 선의가 가득해 보였다.
플라스틱 빨대 쓰지 않기.
텀블러 이용하기.
비누 사용하기.
누군가에겐 사소할만한 그들의 작은 걸음들은 멈출 것 같지 않았고 뿜어져 나오는 어떤 힘에 의해 그들과 보폭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우리의 유일한 제품의 생산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면서 제3세계 소농민들과 그 가족들의 자립까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많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면 포기할 수도 있겠지. 아직 명확한 계획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마음이 전보다 많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옳은 방향이라는 믿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지금 내린 선택에 대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지구와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여기 기록하려 한다. 나아갈 걸음걸음 기록하여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근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