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blis 1er Cru 'Vaillons' 2021
2025년, 1월 19일 저녁, 뉴욕 브루클린에서.
(Cover image credit: https://positano-amalfi-coast.com)
J: 레몬 파스타랑 잘 어울린다.
G: 샤블리랑?
J: 응. 둘 다 산미가 강하네.
G: 산미가 강한 와인들은 산미가 강한 음식이랑 매치를 해 주면 좋아. 그러면 이게 서로 완화가 되면서 와인이 상큼하게 느껴져. 말 나온 김에 페어링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자면, 우리가 흔히 생선에는 화이트, 스테이크에는 레드 이렇게 말을 하잖아? 그 이유가, 레드 와인의 타닌이 빨간 육류의 스테이크가 만나면 타닌이 단백질을 부드럽게 해 줘서 더 맛있어지고, 기름진 생선과 만나면 금속성 맛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안 좋은 페어링이 돼서 그렇대. 근데 이게 항상 들어맞는 공식은 아닌 게, 생선요리 중 어떤 요리는 타닌이 적고 산뜻한 레드랑 매치하면 오히려 궁합이 안 좋은 화이트랑 매치하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공식은 아닌 거야.
J: 와인을 알고 먹으면 밥도 와인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네.
G: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레몬 파스타를 좀 먹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샤블리랑 매치해 보고 싶었어.
J: 잘 어울려.
G: 진짜 묘하게 맛있다. 뭐랄까, 특별한 맛 안 나거든. 근데 감칠맛이 되게 좋아.
J: 이 버터랑 레몬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어떻게 만들었어?
(와인 한 잔 호로록)
G: 와, 잘 어울린다! 확 상큼해진다.
J: ㅎㅎ 귀여워.
G: 파스타가 가진 레몬 향을 두 배로 끌어올려주고 샤블리에 있는 꽃 향기를 확 끌어올려줘.
J: 나도 똑같이 먹어봐야지.
G: 응, 파스타를 먼저 먹고 와인 맛을 봐봐.
J: 입에 머금고 와인을 마시라고?
G: 응, 좀 씹다가 와인을 한 모금 마셔봐. 레몬 향이 두 배가 되지 않아?
J: 그러네.
G: 어떻게 만들었냐면, 먼저 물에 레몬을 넣어서 30분 동안 끓여서 레몬 육수를 만들어. 그리고 면을 한 5분 정도만 삶았다가 팬에서 레몬 육수를 부어가면서 마저 익히는데 이게 리소토를 만드는 방식이랑 비슷하거든. 리소토도 보통 안 익은 생쌀을 넣고 육수를 부어가면서 거기서 익히잖아. 그걸 리소타레(Risottare)라고 불러. 그 과정을 거치고 면이 다 익으면 불을 끄고 올리브유, 버터, 파마산 치즈를 넣어서 비비면서 크림을 만들어. 그게 만테까레(Mantecare). 근데 난 만테까레는 잘 안 된 것 같긴 한데... ㅎㅎ 어쨌든 그 크림을 만들고 나서 플레이팅을 한 다음에 마지막에 레몬 제스트를 뿌려서 끝내는.*
* 해당 레시피는 유튜브 채널 '미뇨끼'를 참고하였습니다.
J: 어렵지 않네. 쉽네.
G: 되게 쉬워. 면이 더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J: 다음엔 더 많이 먹어.
G: 음~ 진짜 부오니시모(Buonissimo)* 이 말이 절로 나온다. ㅎㅎ 진짜 맛있다.
*유튜브 채널 미뇨끼에 항상 등장하는 이탈리아어로 맛있다는 표현.
J: 자기가 직접 요리를 하니까 더 맛있지?
G: 응. 근데, 항정살 꽈리고추조림*이랑도 조화를 한번 느껴보게 하고 싶어. 얘가 맵고 짜고 달잖아. 이런 짠 음식이랑 또 산미가 강한 와인이랑 잘 어울리거든. 그래서 얘랑도 한번 매치시켜 보고 싶었어. 뭔가 얘가 짜고 달고 맵고 기름지니까 얘를 먹고 입안이 기름질 때 샤블리를 마시면 상쾌해질 것 같아서.
* 해당 레시피는 유튜브 채널 '1분 요리 뚝딱이형'을 참고하였습니다.
J: 입가심되면서?
G: 응. 그리고 샤블리가 대표적인 짝꿍 안주가 하나 있는데 뭐였는지 기억나?
J: 굴?
G: 맞아. 그래서 오이스터바 가면 내가 맨날 샤블리 시키잖아. 샤블리랑 굴은 거의 짝꿍이거든. 근데 그게 왜 그러냐면 샤블리 와인에는 잘 느껴보면 미네랄 향이 많이 나. 근데 굴에도 그 미네랄 맛이 있잖아. 그래서 그 둘이 궁합이 되게 잘 맞는 거야. 근데 샤블리에서 그런 미네랄 맛이 많이 나는 이유가 얘 토양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더라고.
J: 토양의 미네랄이 풍부해서?
G: 포도가 자라는 그 토양을 떼루아(Terroir)라고 하거든. 그 떼루아가 어떤지에 따라서 와인의 맛에 영향을 많이 미쳐.
J: 그래서 북부 론 와인이 이렇게 슬로프에 위치해 있어서 햇빛을 많이 쬐어서 더 맛이 강렬한 거라며?
G: 맞아. 근데 떼루아는 그 땅 밑에 토양도 중요해. 어떤 흙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J: 그래서 신의 물방울을 보면은 그 흙을 먹어보는 거구나.
G: 그렇지. 예를 들면 부르고뉴에 볼네라는 그 마을이 있어. 볼네는 우리 아빠랑 파리 센강 다리 밑에서 마셨던 레드 와인 기억나? 그게 볼네거든. 볼네 가보면은 철분 때문에 흙이 붉은빛을 띠어. 그런 식으로 마을이랑 밭마다 흙이 다 다르거든.
근데 샤블리는 흥미로운 게, 이 라벨 뒤를 보면 알 수 있어. 'Defaix Frères' 이게 생산자 이름이란 말이야.
Defaix Frères is a family-owned estate. Planted on a southeast-facing hill with kimmeridgian soil, Vaillons 1er Cru expresses great mineral tension and fine balance.
G: 이게 키메르지앙 흙이 고대 시대 어쩌고 흙인데...
J: 고대 시대 흙이 뭐야 ㅋㅋ
G: 아니 아직 토양 지식은 좀 어려워가지고 ㅎㅎ 키메르지앙 토양인데 그게 점토 석회질 토양이 주를 이루고 있대.
J: 그래서?
G: 근데 그 키메르지앙 토양 속에 조개랑 굴 껍데기가 퇴적되어 있어서 미네랄 맛이 나는 거고 그래서 굴이랑 궁합이 좋다 이런 설이 있대. 근데 그 키메르지앙 토양이 샤블리 그랑크뤼랑 프리미에 크뤼에만 있대.
J: 이건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네.
G: 샤블리는 참고로 부르고뉴 지방 와인이야.
J: 아, 진짜?
G: 프랑스 지도를 보면, 이 자주색이 부르고뉴고 진한 핑크색이 론이야. 부르고뉴에서 얘가 동떨어져 있지? 얘가 샤블리야. 여기 초록색이랑 보라색은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지방이거든. 여기가 샹빠뉴야. 샴페인 만드는 곳. 그리고 루아르(Loire), 우리 자주 마시는 상세르(Sancerre) 기억나? 그게 이 루아르 지방 와인이야.
G: 지도를 확대하면 부르고뉴 지방이 이렇게 되는 거거든. 그래서 여기에 꼬뜨 드 뉘(Cotes de Nuis)가 이제 비싼 부르고뉴 레드 와인들 다 모여있는 곳이고 꼬드 드 본(Cotes de Beaune)이 비싼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들이 다 모여있는 곳.
G: 여기서 샤블리 지도를 보면, 가운데 이 보라색 애들이 샤블리 그랑크뤼야. 그랑크뤼는 이 정도밖에 없어. 나머지는 다 프리미에 크뤼거나 그냥 빌라주 와인이야. 우리가 지금 마시고 있는 Vaillons는 대충 여기쯤.
J: 그렇구나.
G: 파스타 리필 해줄까?
J: 난 괜찮은 것 같아. 이거 먼저 다 먹어치우려고.
G: 별거 아닌데 참 맛있다.
J: 확실히 항정살조림이나 양배추보다 레몬 파스타가 너무 잘 어울려. 항정살은 사실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G: 진짜? 어떻게 안 어울리는 것 같아?
J: 얘가 너무 진하고 짭조름해서 와인 맛을 좀 망치는 것 같아. 얘가 너무 강해서 와인 맛이 안 나. 근데 샤블리 왜 향이 잘 안 나지?
G: 그렇지? 향이 많이 안 나지?
J: 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봐. 테이스팅 잘 못 한 것 같아.
G: 잘하고 못하고가 어딨어.
J: 집중이 잘 안 돼 오늘.
G: 그래? 말해 줘 봐 그래도.
G의 감상평:
포지타노의 봄. 바닷가 돌 위에 앉아 만끽하는 햇빛과 파도.
J의 감상평:
오렌지향, 옅은 존재감, 미네랄, 마치 찜질방의 아이스방을 여는 듯한, 금속성.
나는 술이야 라는 인상이 강한 듯. 씁쓸한 맛.
J: 나는 아까 음식을 먹기 전에 처음 향을 맡아봤을 때 오렌지 향이 강하게 났어. 오렌지 향이라기보다 오렌지 꽃 향기. 그리고 냄새가 존재감이 되게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G: 향은 좀 약한 것 같아.
J: 그리고 나는 와인 향을 맡을 때면 코를 와인 잔에 갖다 대고 숨을 크게 들이켜잖아. 그럼 나는 그럴 때마다 무슨 와인이든 상관없이 뭔가 방문을 여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왜냐하면 향이 훅 들어오는 게 갑자기 문 열면 밖에서 바람이 확 들어오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야. 근데 딱 이 문을 열고 향을 맡았는데 찜질방에 아이스방 느낌이 막 났어.
G: 재밌다. ㅋㅋ 재밌는 표현이다.
J: 이게 단순히 차갑다라기 보다는 이게 미네랄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찜질방 가면 석회질에서 오는 향 같은 게 있잖아. 뭔가 차가운 돌에서 나는 그 향이나 느낌이나 이런 게 있잖아. 그 아이스방의 습도나 냄새. 이런 게 조금 몰려오는 느낌이었어.
G: 되게 신박한데 이해가 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겠어 ㅎㅎ
J: 내가 오늘 삶은 계란을 먹어서 찜질방이 생각나는 걸 수도 있나 봐.*
*J는 오늘 삶은 계란 5개를 한 번에 먹어치웠다!
G: 근데 각자가 경험한 거랑 연관 지어서 생각이 떠오르긴 하는 것 같아.
J: 그리고 사실 맛은 잘 모르겠어.
G: 어떤 맛이 나는 것 같아?
J: 맛은 산미가 너무 강해서 그것만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거 같아.
G: 단맛은 어때?
J: 단맛? 잠시만, 한 번만 더 먹어볼게. 단맛을 느끼기 위해서.
G: ㅋㅋ 핑계 아니지?
J: 단맛이 있기는 한데 뭐...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아. 살짝 뒤에서 받쳐주는 정도인 것 같아.
G: 그 샤블리가 단맛 없고 드라이하기로 유명하거든. 근데 찜질방이랑 아이스방 무슨 얘기인지 진짜 알겠다.
나는 그 포지타노 있잖아.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해안 도시인데 거기가 레몬으로 되게 유명하거든. 사진 좀 보여줄게. 거기 가면 레몬이 특산품이야.
G: 근데 내가 지금 레몬 파스타를 먹어서 그런 건지 그게 자꾸 생각이 나는 거야. 왜냐하면 내가 아까 레몬 파스타를 한 입 먹고 샤블리를 딱 마셨을 때 뭐랄까, 온 향이 레몬과 상큼한 산미로 물드는 느낌이었거든. 정말 확 피어오르는 느낌이어서 그게 너무 임팩트가 강했어서 레몬 파스타 없이 와인만 먹는데도 뭔가 레몬이 떠오르는 느낌이었어. 색깔도 레몬 색깔이기도 하고.
J: 맞아, 파스타를 먹고 나서 그런 것 같아.
G: 그렇다 보니까 이 포지타노의 풍경이 딱 떠오르는 거야. 온통 노란 레몬으로 장식된 포지타노의 풍경이 딱 떠오르면서 여기에 그 미네랄 향이 있잖아. 그래서 돌이 생각났어. 그 해변가에 돌이 생각났는데 그거를 핥아먹는다라고 쓸려다가.. ㅋㅋ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핥아먹는 건 좀 그렇고 그냥 앞에 앉아 있다 정도로 해야겠다 해가지고 그렇게 썼어. 봄이라고 쓴 이유는 뭐냐면, 이제 포지타노의 어떤 계절인가라고 생각을 해봤을 때 여름은 아니야. 막 그렇게 쨍한 느낌은 아니야. 그렇다고 가을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야.
J: 겨울에 가깝지.
G: 겨울 혹은 봄 약간 3월 정도에 가까운 것 같아. 초봄, 초봄이라고 할까?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막 삭막한 맛은 아니어서.
J: 드라이해서 겨울이 생각나는 거 같아
G: 드라이하지만 그 산뜻한 느낌은 나니까. 근데 한겨울 막 이런 건 아니고 한 3월 정도 초봄? 아직 한창 따뜻해지기 전인데 햇살은 따뜻하게 쬐는 그 정도.
J: 그럴 수 있겠다.
G: 그래서 그 정도 날씨에, 햇빛 뭔가 좀 따사롭긴 한데 거기에 파도도 치고 바다 내음도 나는 것 같고 돌 느낌도 나는 것 같고... 그리고 또 특이한 게, 그 향이 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른 건지 모르겠지만 바질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야. 바질, 뭔가 향신료 냄새가 나는 건가? 내 머릿속에서 바질이 생각났어.
J: 뭔가 잘 어울리긴 하는 것 같아.
G: 근데 바질 냄새가 나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 근데 뭔가 향신료 향은 나는 것 같아. 뭔가 그 허브 향?
J: 허브류? 나도 레몬향보다는 허브 향에 더 가까운 것 같아.
G: 뭔가 허브, 근데 바질인지 모르겠지만... 로즈마리인가?
J: 그리고 계속 트래버틴(Travertine)*이 생각나. ㅋㅋ
* Travertine: 물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이 가라앉아 생긴 석회암 (출처: 네이버 사전)
G: ㅋㅋ 돌이 생각나서 그런 거 아닐까?
J: 그러니까. 트래버틴 식탁 위에 앉아서 먹어야 될 것 같아.
G: 멋있겠다. ㅎㅎ
G: 오늘 와인은 어땠어? 총평.
J: 샤블리는 굴을 위한 와인이다. 나는 굴이랑 먹었을 때 제일 궁합이 좋았던 것 같아.
G: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어?
J: 그때 우리 마셨던 거 샤블리 아니야? 어머님 오셨을 때 그 루프탑에서?
G: 그때 우리 오이스터 안 먹었는데?
J: 그래?
G: 그리고 그때 상세르 마셨을 걸.
J: 상세르 마셨어? 뭔가 그때 마셨던 상세르랑 오히려 되게 맛이 비슷한 것 같아.
G: 상세르랑 샤블리랑은 어떻게 다르냐면 상세르는 포도 품종이 소비뇽 블랑이거든. 얘는 샤르도네고. 일반적으로 소비뇽 블랑은 샤르도네보다 그 톡 쏘는 상큼함이 더 강하고 그래서 조금 더 마시기 좀 쉬워. 상큼 달큼해. 근데 샤르도네는 그것보다는 좀 더 부드럽지. 샤블리의 경우 다른 샤르도네보다는 산미가 강하지만.
J: 너무 개성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다른 와인들에 비해.
G: 응, 그럴 수 있지. 나도 근데 샤블리 처음 먹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
J: 지금은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G: 이제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 지금은 그 미네랄 끼랑 산미가 있어서 확실히 개성은 있지. 근데 나도 사블리가 최애 샤르도네 와인은 아니어서...
J: 아무튼 굴이랑은 궁합이 되게 좋은 것 같은데 다른 안주의 폭이 너무 적은 것 같아.
G: 근데 나는 굴이랑 샤블리랑 같이 먹었을 때 사실 '기가 막힌다' 한 번도 이렇게 못 느껴봤거든. 내가 진짜 기가 막힌 페어링을 먹어봤을 때는 기억이 확실히 딱 박혀. 예를 들면 부라타 치즈 샐러드랑 상세르, 그거는 내 뇌리에 한 번 엄청 박혔거든. 근데 굴이랑 샤블리는 몇 번 같이 먹어봤는데 딱히 그렇게 인상 깊게 먹었던 적이 없었어. 근데 난 오히려 지금 이 레몬 파스타랑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J: 내가 저번 주에 마셨던 샴페인이 너무 임팩트가 셌나 봐.
G: 그게 맛있긴 했지.
G: 오늘부터 샤블리의 안주는 새로 쓴다. 굴 저리 가라 레몬 파스타가 진리다! 우리 한국 다녀와서는 레드 먹자.
J: 맛있었다!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