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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Nov 22. 2023

하루동안 인스타그램을 끊어봤다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육아를 하면서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게 뭘까 곰곰하게 생각해 보는 날이 있었다. 생각을 하다 보니 끝에는 남과의 비교가 있었다. 그런데 내 손 안에는 남들과 비교하기 가장 좋은 도구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 인스타그램..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인스타그램을 켜고 다른 이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보자마자 나의 하루는 남과의 비교에서 지고 시작하는 기분이다. 최근에 이런 기분이 내 삶을 많이 지배하면서 인스타그램을 잠시 접어볼까 하고 수도 없이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수많은 육아 정보, 우리 아기와 비슷한 월령의 아기들을 보며 우리 아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 핫딜, 공구 등 육아에 언뜻 보면 도움이 되는 것들로부터 내가 멀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이 없으면 내가 육아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소통 없이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몰랐지만 일단 하루 정도는 인스타그램을 안 보는 것부터 출발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제 하루는 몹시 바쁜 날이라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스타그램을 멀리하고 보니 내 삶이 보였다. 다른 이들의 삶이 아니라 지금 내가 현재 처해 있는 내 삶. 내 아이. 우리 가족. 내가 정말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조금은 명확하게 다가왔다. 하루만 끊어도 이런데 앞으로 계속 인스타그램과 멀어진다면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물론 때로는 누군가와 소통도 해야 하고 삶에서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나눠야 하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인스타그램을 덜 들여다보는 삶이 더 좋은 삶처럼 느껴졌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 하루에 시간을 제한해서 인스타그램을 해야겠다고 느꼈고 그렇게 앞으로 실천을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타인 보다 나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나의 삶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모두를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임용고시를 치르느라 1년간 시험에만 집중해서 모든 SNS를 끊고 지냈던 적이 있다. 마침 코로나 시기와도 겹쳐서 정말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지냈었던 그 시절이 그 당시에는 참 암울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시절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내 생애에 그만큼 나에게 집중해서 지낼 수 있었던 날이 다시 올까? 아마 많이 아주 많이 기다려야 그 시간이 다시 올 것 같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 그 삶이 이토록 소중한 것을 이제야 다시 깨닫는다.


나의 행복뿐만 아니라 어두운 부분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아기의 부족한 부분보다는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에 인스타그램보다 서로의 대화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것.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은 이런 삶이다. 잊고 지냈지만 무척이나 그리웠던 삶. 이제는 이전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보려고 한다. 그동안 지내왔던 습관과 루틴을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온라인 속 세상보다는 진짜 내 삶에 집중해보고 싶다. 이로 인해 변화된 삶도 차차 기록해나 가보려고 한다. 앞으로의 내 삶이 나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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