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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Nov 24. 2023

모든 걸 다 잘 해내는 사람은 없다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인스타그램과의 멀어짐을 선포한 이후로 내 삶은 조금씩 여러 방면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 휴대폰과 멀리 있어도 조급해하지 않고 가끔은 휴대폰을 어디 뒀는지 잊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삶보다 내 삶을 더 들여다보게 되면서 내 삶에 집중하는 나 자신이 다시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멀어져 가장 좋은 점은 더 이상 사람들의 자랑(?)을 구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나는 인스타그램에 보통 자랑할만한 것을 잘 올리지 않기에 무언가를 자랑하기 위해서 뭔가를 올리는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인스타는 추억 기록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세계 안에서의 엄마들은 뭐든지 다 잘 해내는 것만 같았다. 살림도, 육아도, 자기 커리어도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보였기에 상대적으로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가 많았다. 사실 자랑하기 위해 올리는 순간들 외에 지치고 좌절하는 시간들도 많을 텐데 그것들은 내가 알 길이 없으니 그저 다른 엄마들은 저렇게 다 잘 해내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육아를 해보니 이젠 알 것 같다. 휴대폰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적어지고, 내 자신을 꾸미는데만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집 정리나 살림에는 소홀히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루에 쓰는 에너지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므로 하나를 취하면 하나는 반드시 포기를 해야 한다. 모든 것들의 장점만을 다 가져갈 수는 없다.


엄마로서, 특수교사로서.. 나도 이젠 모든 걸 다 잘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어떤 동기로 인해 이런 결심이 일어났다기보다는 아이랑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포기하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내려야 한다.


엄마로서 아이를 잘 해먹이고, 잘 입히고, 잘 놀아주는 것. 특수교사로서 수업을 잘하고,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것. 두 가지 모두를 잘 해낼 자신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지금 육아를 꽤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특수교육을 즐기면서 할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인생의 계절마다 내가 집중하고 싶었던, 집중해야 했던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엔 특수교육이었고, 지금은 육아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순간순간의 삶에 집중하자. 그것만이 오늘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다. 다 잘 해내려고 하지 말고 하나라도 잘하자. 그것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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