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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건희 Nov 04. 2018

다람쥐가 풍요를 축복하는 법

Episode_7 해바라기 씨 뭉치

“나도 한 가지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


이어서 다람쥐가 말했다. 청년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말똥 말똥한 눈으로 다람쥐를 쳐다봤다. 정말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동물들이었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불편한 세상과는 반 대로 평온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소녀 가장이 있었어.”


다람쥐는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청 년은 눈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 덩달아 눈을 감고 이야기의 내 용을 마음속으로 그리려 애쓰기 시작했다.


“늙은 부모님이 계시고 아직 한참 자라나는 동생들이 있었지.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있었어.”


소녀는 매일 일과 운동을 반복하며 살고 있었다. 삶의 균형을 찾고자 택한 삶의 방식이었다. 지금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며 건강하고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자신의 체력관리를 꾸준히 하 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계속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었다. 밝은 미래와 집안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지만 새롭게 나아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소녀는 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원했어. 가진 것이 없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스 스로 의미를 찾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힘들었지.”


“소녀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었니?”


“멋진 배우자를 만나 넓은 세상을 돌아보는 것이 꿈이었어. 하지만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지. 부자가 되고 싶어서 책도 여럿 보 기도 했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기도 했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지.”


“그래서 어떤 도움을 주었는데?”


청년의 물음에 다람쥐가 눈을 떴다. 청년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눈을 감고 다람쥐의 이야기에 상상을 더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람쥐는 한 손으로 자신의 볼을 밀어 입 밖으로 무언가 를 꺼내 청년에게 내밀었다. “바로 이거야.”


청년은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방금 전 건네받아 입에 넣었던 잣과는 조금 달랐다. 작디작은 해바라기 씨였다.


“어떻게 소녀를 도와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방법이었어! 소녀는 매일 같은 일상이어서 다니는 길도 같았지. 그날도 역시 운동하다가 어딘가에 앉아 쉬려고 의자를 찾고 있었어. 하지만 그 의 자가 어딘지 나에겐 뻔했거든. 그래서 해바라기 씨를 잔뜩 볼에 다 저장해 둔 다음 의자에 마구마구 가져다 놓았지.”


“그게 어떤 도움을 주었다는 거야?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풍족하게 쌓아놓 오면 잠시나마 마음이 든든해지잖아? 분명 멋진 미래가 올 것이라고 응원해주고 싶었어.”


그날 다람쥐는 네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며 해바라기 씨를 벤치에 올려두었다. 소녀에게는 굉장히 작은 간식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 꼭 도와줄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부디 희망을 갖길 원했다.


그날 역시 소녀가 운동을 마치고 의자를 찾았다. 매번 앉던 곳에 앉으려 하는데 쌓여있는 해바라기 씨가 보였다. 물음표가 머 리 위로 올라가더니 이내 느낌표로 바뀌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꿈꾸는 미래가 꼭 다가오면 좋겠어.”


이윽고 답답했던 마음이 풀렸는지 휴대폰을 꺼내 가지런히 정 리된 해바라기 씨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 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소녀의 마음은 가벼워졌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 가 도와주고 있구나’라고 스스로 다시 희망을 붙잡은 거야. 해바라기 씨는 가져가지 않았지만 분명 거기엔 소녀의 짐들이 가득 쌓여 있었어. 그 짐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외로움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들이었지.”


다람쥐의 이야기를 들은 청년도 소녀와 같이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사소한 희망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늘은 평화로우니까 자신도 그곳에서 위로받고 싶으니까. 청년에게는 공원에서 하늘을 보는 일이 전 부였지만 이들로부터 위로받는 것 같아 마음이 풀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나를 도와주러 온 것일까? 청년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너희들도 나를 도와주러 온 거니?”

매일 찾는 공원, 어느 날 문득 본 쌓여 있는 해바라기 씨 뭉치는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작가의 말 여러분들은 어떻게 스스로 위로하고 희망을 얻나요? 또는 어떻게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 고 희망을 불어넣나요? 이성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은 일들이 여러분을 일으켜 세운 적이 있나요?


소개도서 : 하늘을 머금은 유리구슬

출판사 : 북랩

작가 : 김 건 희


책 구입 : http://www.kyobobook.co.kr/index.laf?orderClick=L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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