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몸 어딘가에 구멍이 생겨서 에너지가 줄줄줄 새는 것 같다.
원인이 뭘까?
공부를 하고, 요가를 하고,
지민과 함께 더 여러 가지 것들을 하고 싶다.
기운 세고, 고집도 세고, 겁도 없고, 화도 잘 내고,
또 웃기도 잘 웃고, 애교도 많은 ‘니니’(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덕분에
하루에 몇 번씩 버럭버럭 하다가도 곧 다시 꽉 끌어안고 낄낄거리기를 반복한다.
'우리 엄마는 약간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된다.
운전을 시작했다. 아직 좀 무서워서 두근거리며 주행한다.
이제 지민을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데려다줄 수 있다.
음… 사실은 내가 더 신난다.
나에게 새로운 기술이 탑재 됐다는 게 자랑스럽다.
드디어 깁스를 풀었다.
지민이 한 달 가까이 깁스를 하고, 내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서 바깥 생활을 거의 못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맘 편히 산책다운 산책을 했다.
바람이 찼지만 우리는 아주 많이 웃었다.
자기도 발이 가벼운지 날아갈 듯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고 기어오르고, 굴렀다.
새삼스럽게
건강한 두 발이 고마웠다.
우리는 이미 주어진 것들을 얼마나 당연시 여기며 살아가는지.
‘이미 주어진’ 자체가 기적인 것을.
심각하게 살고 싶지가 않다.
산책하듯 가볍게,
나사가 하나 정도 빠진 것처럼 보이면서 살고 싶다.
범람한 하천의 흙탕물을 건너는 꿈을 꿨다.
그곳에서 만난 우는 아이에게 눈물을 닦아주며
"이런 곳에선 더 강해져야 해."
라고 말했다.
1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