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육아휴직 여행기
헬싱키 시내에 머무는 동안, 혼자 이동할 때는 어디를 가든 거의 헬싱키 시티 바이크인 '필라리(Fillari)'를 이용했다.
아침에 등교할 때에도, 장 보러 마트에 갈 때에도, 약속 장소에 갈 때에도, 혼자 산책을 나갈 때에도 자전거를 타고 갔다. 모바일로 간단하게 결제를 할 수 있고,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어디서나 탈 수 있는 헬싱키 공공 자전거 '필라리(Fillari)'.
나는 한국에서도 시티바이크를 종종 이용하곤 한다. 서울에서는 '따릉이(Ttareungyi)'를,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피프틴(Fifteen)'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헬싱키에서 시티바이크를 이용한 첫날부터 나는 한국에서와의 확연한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공공자전거의 품질도 아니고, 시티바이크 이용의 편의성도 아닌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었다.
헬싱키 시내에는 중심이 되는 편도 2차선 정도의 주요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도로들이 대부분 모두 좁고 울퉁불퉁하다. 또한 대부분의 시내 통로가 트램이나 도보 위주여서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량으로 통행하기가 한국에서와 비교하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시내에서든 외곽에서든 자동차가 자전거 보다 우선한다. 심지어는 사람 보다도 우선한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럽다. '보행자 우선 도로'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을 정도로 도시 계획 자체가 산업 또는 군사 물류의 원활한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에게 위협을 느끼는 것이 일상이다. 자가용 대신 운동 삼아서 공공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할 때면 얼쩡대지 말라며 덩치 큰 차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어쩌다 잘 정돈된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나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도로가 아무 이유 없이 끊어지기 일쑤다.
반면에 헬싱키에서는 시내 어디에서든 무조건 사람 또는 자전거가 우선한다.
헬싱키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있었던 일이지만, 우리 세 식구는 횡단보도 앞에서 매번 생경한 순간을 마주하곤 했다. 횡단보도와 꽤 떨어진 거리에서 걸어오고 있던 우리를 위해 이미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
처음에는 정말 우리를 위해 저 차가 정지한 것이 맞는지 의심했을 정도로 헬싱키의 모든 운전자들이 '사람 먼저'였다. 심지어는 덩치 큰 덤프트럭 조차도 꽤 한참을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멈춰 서서 기다려주곤 했다. 한국에서는 아이가 위험할세라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들까지 확인했던 우리 부부에게는 거의 한 달 동안에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요즘은 세계 많은 도시들이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베르트랑 시장은 강변 옆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그곳을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엔리케 시장은 아예 차 없는 날을 만들어서 시내로 들어오는 차들을 통제한다고 한다.
나 역시 씸씸이를 만나기 전에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던 부분이다. 회사와 가깝고 쇼핑하기 편리한 곳이면 그저 좋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다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씸씸이가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싶다.
세상 모든 아빠들이 나와 같은 생각일까?
씸씸이가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