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육아휴직 여행기
여행을 가면 가급적 제일 먼저 현지 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하곤 한다. 현지 느낌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곳이 바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첫날 시내를 둘러보던 중 항구 앞 광장에서 넓은 천막촌을 발견하게 되었다. 헬싱키의 랜드마크인 '헬싱키 대성당' 앞 항구(Port of Helsinki)를 마주 보는 마켓스퀘어 광장이었다.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일본 영화 '카모메(갈매기) 식당'에 등장하는 뚱뚱한 갈매기들도 이곳에서 처음 조우하게 되었다. 이 작지만 고집 있어 보이는 녀석들이 얼마나 겁이 없던지, 바다를 보며 현지인들처럼 여유 있게 간식 좀 먹으려던 씸씸이 엄마의 머리를 공격하는 추억을 우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사실 씸씸이 엄마가 조금 만만해 보이는 인상이기는 하지만 먼 타국에서 동물 조차 이렇게 무례하게 대할 줄이야...
시장은 시내 중심 그리고 유명 관광명소의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주로 여행객들이 많은 듯 보였다. 여느 재래시장과 같이 각종 현지 과일류부터 시작해서 신발, 의류, 기념품, 길거리 음식까지 핀란드 현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장이었다. 특히 디자인 강국답게 각종 예술 장식품과 인테리어용품류가 많이 눈에 띄었다.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다가가 보니 고소한 냄새와 함께 철판구이가 눈에 들어왔다. 북유럽 연어와 야채들이 철판 위에서 맛있게 익혀지고 있어서 일찍 점심이나 해결할까 하고 가격표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내 입 쪽으로 쑥 들어왔다. 처음 보는 작은 통물고기 구이를 맛이나 보라며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내민 것이다. 굵은 멸치보다 약간 더 큰 물고기 구이는 '무이꾸'라고 부르는 듯했다. 고소한 게 내 입맛에 딱이었다. 다만 그릇의 반 정도 비웠을 즈음 고추장과 소주를 부르는 느끼함은 내 촌스러움(?)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다음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어제의 마켓스퀘어와는 달리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아 보이는 분위기였다. 상품들도 중고 골동품들 위주이고, 물건을 파는 분들도 연배가 높아 보이는 분들이 더 많이 보였다.
대부분 중고의류를 내다 파는 셀러들이 많았지만, 100여 년 전 제정 러시아 시절의 기념주화나 아주 오래된 성냥갑 같은 희귀한 골동품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무이꾸에 이어 두 번째 현지 시장 음식으로는 '연어 수프'에 도전해봤다. 해외 어디를 가도 누룽지 밥을 찾는 토종 한국 입맛인 씸씸이도 낯설지 않게 국물을 마셔댈 만큼 친숙한 맛이었다. 일부러 좋은 레스토랑이 아닌 시장한 구석의 식당을 찾아가 줄 서서 기다리다가 먹었는데 주인아주머니도 불친절하니(?) 제대로 시장 음식을 맛본 기분이었다.
역시 시장 먹거리는 불편해야 제 맛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