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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물결 Jun 14. 2020

필름카메라와 함께한 태풍이 부는 날 제주에서 01

Camera : Rollei prego90

Film : Kodak colorplus200


인스타그램을 보니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부럽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걱정되기도 하고.

제주는 지금 장마시즌에 돌입했다 들었다. 작년 태풍이 불어올 때 제주 여행을 갔던 것이 떠올랐다.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정리할 겸 글을 써본다. 


2019.09.03~2019.09.07이 원래 여행 계획이었으나 태풍 때문에 서울로 일찍 올라왔다. 




#김포공항 #출발전이_제일_신남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는 김영하 작가의 글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서울의 날씨가 매우 좋아서 이번 여행에 빛나는 제주를 많이 볼 거라고 잠시 기대도 했는데 때마침 공항 TV 뉴스에서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고 하더라. 역시. 나는 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날씨요정이다.



#안녕

여행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이 순간. 직원분들이 인사를 해주실 때다. 마치 부모님이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어주는 것만같은 느낌이랄까. 이번 여행도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구름

구름이 많이 꼈다. 비오는 제주도도 참 좋긴 한데 과연 내가 태풍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일단 무사히 제주 땅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구름과야자수

공항에 내리니 구름이 완전 많이 꼈다. 구름이 낀 야자수를 보니 제주도에 왔다는게 실감이 나면서도 비가 얼마나 내리려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제주에 가면 꼭 들리는 <미래책방>에 가기로 했다. 여행을 갈 때는 늘 책과 함께하는 편이다. 혼자하는 여행이 심심하기도 하고 나중에 그 책을 읽게 되면 여행 때 느꼈던 감정이나 분위기, 냄새 등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이날은 박정민 님의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샀다. 나도 쓸만한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미래책방_고양이들

미래책방의 마스코트 고양이들. 보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버스타고_집으로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일단 숙소로 먼저 가기로 했다. 이번 숙소는 한림에 잡았다. 애월이나 협재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싫고 종달리나 평대리는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찾다보니 옹포리에 꽤 괜찮은 숙소가 있었다. 조용한 여행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엄청 기대가 됐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슬리퍼를 신고 온 나 자신을 칭찬하며 숙소까지 어떻게 가야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일단 버스 환승을 해야 해서 정류장 근처 자주 가는 분식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가게 이름은 모르지만... 이 집은 참 한결같아서 좋다. 기회가 될 때마다 꼭 먹는데 맛이 변함이 없다. 깔끔한 맛 너무 좋아.



#숙소_앞_뷰

비가 좀 그쳐가길래 숙소에 짐을 풀고 동네 산책을 시작했다. 집에서 나와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이런 바다가 있었다. 비양도를 이렇게 사람도 없고 조용하게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았다. 비 구름이 몰려오는 것 마저도 그림같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평일이어서 그런 건지 사람이 없는 제주는 참 조용하고 좋다. 한량처럼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바다를 보고 있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이럴 때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게 참 좋기도 하다. 열심히 일한만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_마무리

동네 산책의 끝은 <우무>였다. 푸딩이 너무 먹고 싶어서 <우무>에 들려서 말차푸딩과 커스터드푸딩을 사왔다. 침대에 누워서 일기도 쓰고 책도 읽었다. 아 이런게 진정한 여유지. 너무 좋다.


이날 쓴 일기를 발견했다. 좀 창피하지만 그래도 그 때의 감정이 남아있으니까 여기에도 남겨본다.



지금은 새벽 4시 즈음

비가 많이 와요

가을 장마인가봐요

문 밖에 둔 신발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돼서 깼는데 잠이 안와서 글을 써봐요


저는 지금 위아더나잇의 깊은 우리 젊은 날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어요

빗소리와 엄청 잘 어울려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왔는데 다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빗소리도, 노래도, 그리고 이 공간도


그래도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어요

링링이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빨리 서울로 올라가는데

내내 비가 오면 속상할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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