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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은 Oct 25. 2024

죽음과 버킷리스트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 때였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항상 최신영화만 보던 나였는데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였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며 키팅 선생이 가진 인생 철학과 교육관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흘렸다. 그 당시 고3 시절의 감수성이 폭발하던 시기라 더 죽음에 대한 성찰을 했을 수도 있다. 


 나의 죽음을 떠올려보니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가짜처럼 느껴졌다. 

마치 나는 누군가의 인생을 연기하고 있는 연기자이고 이 세상의 삶은 참 짧은데 나는 행복한 척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진짜 행복도 모르면서 인생이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가했다. 


 학창시절 나는 두 가지 모습이 있었다. 학교에서나 대외적으로는 늘 밝고 활발한 학생이었고 선생님들에게 질문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측에 속했다. 집에서는 막내 딸의 역할을 하며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고 우리 가정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애쓰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 나만 남겨진 시간은 외롭고 공허했고 스스로가 혼자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 공허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타인이 아니라 오직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았다. 

 

 키팅 선생이 나에게 준 교훈인 <카르페디엠, 현재를 살아라>는 죽기 전에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역설적이게도 삶을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죽음을 떠올려보면서 그렇게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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