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8일 화요일
아침 8시 15분 숙소를 나서 비엔나 중앙묘지(Zentralfriedhof)로 향했다. 날씨는 좋은데 기온은 낮다. 가까이 있는 트램 역에서 71번 타고 20여분 동남쪽으로 가서 중앙묘지 2문에서 하차했다. 중앙묘지 2문 옆에는 꽃가게 몇 군데가 영업 중이다. 입구에서 가운데 보이는 돔 건물 향해 5분쯤 걸어가다가 왼쪽에 32A 묘역이 있다. 오늘 만날 주인공은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부자, 주페 등이다. 아침 일찍 가니 사람들이 거의 없고 묘비 앞에는 시든 꽃들이 놓여 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유명 작곡가들의 묘지 비석 앞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다양한 모양의 묘비석과 묘역 장식들을 약 30분 정도 둘러보면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서양의 묘지 문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가족묘에는 최근에 죽은 이의 이름도 새겨 놓은 것을 보았다. 유명 인사나 재력가 사람들의 가족묘지겠지만 아직까지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음악가 묘역 참배를 마치고 미술사 박물관 (Kunsthistorisches Museum)으로 향했다. 미술사 박물관은 중앙에 마리아 테레지아 (Maria Theresa) 여왕 동상을 가운데 두고 자연사 박물관 (Naturhistorisches Museum)과 좌우에 배치된 쌍둥이 건물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한 예술품 위주로 전시했는데 1층 회화관에는 옛날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다스리던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보인다. 주요 화가로는 브뤼헬, 루벤스, 반다이크, 페이메르, 뒤러, 라파엘, 티치아노,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등이 있다. 아래층에는 공예품, 금은 장식품등과 이집트 미라, 석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65세 이상 경로할인이 있어 기분 좋게 할인받고 입장하여 약 세 시간 가까이 작품 감상을 하였다. 나중에는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여 마지막 부분은 대충대충 감상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 4시쯤 시내 음악가들 동상을 알현하러 길을 나섰다. 먼저 카를 성당 (Karlskirche)과 앞에 있는 빈필 신년음악회로 유명한 무직크페라인 (Musikverein) 건물에서 인증샷을 찍고 앞의 브람스 석상에 인사를 하였다. 이어 시티파크 (Stadtpark) 쪽으로 가서 베토벤 선생에게 인사드리고 공원 안에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에게 인사하니 겨울 짧은 해가 뉘엿뉘엿 져 간다. 해가 넘어가니 기온이 내려가서 꽤 춥다. 부지런히 슈테판 성당(Stephansdom)을 찾으니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다. 그동안 비엔나에서 다닌 곳은 좀 한적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곳만은 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야경을 보며 케른트너 거리를 지나니 군데 군데서 혼자 노래하고 연주하는 버스킹 족들이 보인다. 오페라하우스를 지나 모차르트 동상을 찾으니 공원 문이 닫혔다. 오후 5시 반까지 문을 여는데 좀 늦어서 문 틈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