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상황으로 달라진 것들
지난 연재를 통해 적었듯이, 나의 상황은 34년 인생 중에서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마음은 굉장히 편안하고 행복하지만, 낯선 주변의 변화에 있어서는 아직 적응은 잘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는 인간관계이다.
대한민국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과 위치에 있었기에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늘 많았다.
기존 친구들은 차치하더라도, 소개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요청이 들어왔고, 주말은 지인들과의 약속들로 가득했었다.
카톡도 단톡방을 비롯해 개인톡도 알림이 계속 울리는 게 시끄러워서 중요한 업무방 외에는 알림을 꺼두었었다. 지인들과 전화도 자주 했기에 보조배터리는 늘 필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 연고지가 없는 곳에서의 독립과 화려한 직장을 때려치운 프리랜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이곳에서 지낸 지 이제 40일 정도 된 거 같다. 아직까지 이곳에서 친구 한 명도 못 사귄 터라 가끔 우울할 때가 있기는 하다.
얼마 전에는 갑작스레 몸도 아프고 마음이 답답해서 폰을 들었다.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들을 쭈욱 가나다 순으로 내리면서 살펴보았다. 내 상황을 이해할 누구한테 이 답답함을 터놓을 수 있을까 소위 말하는 '각을 재고 있었다'.
음... 얘는 지금 근무 중이라 바쁠 거고... 얘는 퇴사하고 연락도 한 번 안 했었고.. 이 분은 내가 하도 많이 감정을 쏟아내서 피곤해하셨고... 등등
연락처의 스크롤이 끝까지 내려갔지만, 나는 결국 마음 편히 연락할 단 한 사람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카톡이 쌓여있어서 1을 없애기에 바빴던 나였지만, 이제 대부분은 광고 혹은 알림 관련이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달라진 건 나의 퇴사로 인한 신분 변화와 이사로 인한 거주지 변화로 크게 볼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르는 인간관계의 변화는 새로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그리 씁쓸하지는 않다. 건강도 회복하고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이제 못하는 요리나 집안일도 없을 만큼 프로 살림꾼이 되어서 여러 인증사진들을 지인에게 보냈었다. 그랬더니 그는 나에게 1.5등 신랑감이라고 했다.
왜 쩜 5야?라고 되물었더니,
사실 15등 신랑감인데 이 세상에 점 하나 남길 정도의 영향력은 있던 거 같아 점을 붙여 1.5등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나는 피식 웃고는 폰을 내려놓았고, 전통시장에서 2천 원에 사 온 파 한 단 손질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