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아직도 방황 그 이름 30대
성장 속도 잠시 멈춤.. 그 이름 슬럼프
5번의 걸친 압박면접과 1000:1의 경쟁률
"현대차 그룹 합격.. 앞으로 인생 휴지처럼 술술 풀리테니까, 인수인계서 확실히 만들고 가" 지점장님의 마지막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로부터 6년 후.. 포장마차에 혼자 앉아 '좋은 데이' 한 병을 또 시켰다. "사장님, 화장실 어디로 가요?" 밖은 서늘한 냉기로 몸을 더 움츠리게만 했다. 술을 한잔 두 잔 마실수록 손목의 스냅이 느슨해져 술잔에 담긴 술이 테이블로 흘러내렸다. 휴지를 술술 풀어 떨어진 술을 훔치니, 휴지는 금세 물을 빨아들이고 어느새 물먹어 쉽게 찢어지고 말았다
2번의 대리 진급 누락!
과장도 아니고, 차장도 아니고 대리에서 두 번이나 진급 누락이라니, 쪽이 팔리고 화가 났다
그동안 뺑이친 고생 때문인지, 연거 퍼마신 소주 때문인지 역한 알코올이 역류해 목젖을 따끔하게 만든다
38살. 남들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부럽다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이직 안 할걸' 잘못 선택했다
첫 회사를 떠날 때 본부장님이 노래방에 가서 SG워너비의 '라라라'를 부르면서 나를 붙잡았고 다음날 그 손을 뿌리쳤던 게 죄송스럽기만 했다
처음 누락은 회사의 실수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누락은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몸종처럼 부리던 회사도 밉고, 친절히 대하는 주변 동료들도 가식적으로 느껴졌고, 승진도 하나 시켜주지 못하면서 업무를 주는 팀장이나 파트장도 덩달아 미웠다
그렇게.. 성장 속도가 멈추고.. 이내 슬럼프가 오고야 말았다
슬럼프 극복 : 1.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부터 나를 칭찬하다
마음이 아팠다. 누구보다 자신감 넘쳐서 크고 쩌렁쩌렁하던 목소리가 개미처럼 작아졌다. 삶의 의욕도 떨어지고, 아침에 차를 타고 가는 회사도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러고 앉아있을 거야?"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기초적인 것부터 해나갔다. 그건 작은 것으로부터 나를 칭찬하는 과정이었다.
아침에 오면 다정하게 까지는 못하지만, 동료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내게 잘했다고 속으로 칭찬을 했다. 주머니에만 넣고 다니던 사원증도 목에 차며 "오늘도 성실해" 스스로에게 칭찬을 했다. 전화를 받을 때도 "감사합니다. 총무팀 조동훈입니다" 대응을 잘해주고 또 한 번 칭찬을 했다. 점심밥을 먹을 때도 웬만하면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고 다 비워진 그릇을 보며 칭찬을 했다. 가장 기본으로 되돌아갔고 고여있고 묵혀있던 슬럼프라는 고름을 조금씩 빼내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슬럼프 극복 : 2.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가장 안 좋은 상황을 예측해보자
이직을 해볼까? 더 이상 이곳은 답이 없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나의 슬럼프 극복 두 번째는 가장 안 좋은 상황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만약 이직을 한다면... 어떤 안 좋은 상황들이 벌어질까?
1.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한다면
2. 일보다 사람이 우선인데, 좋은 직장상사를 만나지 못한다면
3. 일이 지금보다 훨씬 난해하다면
4. 더 이상 회사에서 자투리 시간에 나의 자기 계발을 하지 못한다면
5. 회사 사택에서 살고 있는데, 전세대출금을 받아서 원리금 50~60만 원을 맨날 은행에 갖다 줘야 한다면
6. 적응기간이 필요해 이직 후 업무에 치이느라 가족끼리 약간 날카로운 감정의 기류를 탄다면
난 이직을 할까? 아님 이곳에 남을까?
이직을 하려는 이유가 더 이상 여기서 나의 성장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고 가려는 회사가 미래지향적이고
향후 나의 미래에도 긍정적이라면...
이렇게 양날의 검을 비교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어차피 떠난다고 생각한다면 빨리 가는 것도 하나의 답이야)
편함에 익숙하여 안주하다가는... '이제 그만 나와야 할 때다 생각할 때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구나 슬럼프가 온다.
완벽한 곳에 취업을 했어도..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상형과 결혼을 했어도.. 심지어 로또 1등에 당첨되었어도.. 인생은 리듬이 있기 때문에 늘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만약 지금 행복하다면 그 순간을 즐겨봐. 그리고 안 좋을 때를 대비해봐
만약 지금 불행하다면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아. 좋은 날은 반드시 올 거야
진짜 용기는 적절한 시기에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