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 장명숙 할머니는 1952년생이다. 49년생인 친정엄마보다 세 살 젊으시다. 비슷한 연령의 어른들과 달리 젊은 사람에게 사랑받으신다. 본인이 대접받으려 하지 않고 베풀 줄 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축적한 세련됨이 말씨와 맵씨와 솜씨에 배어 나온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께서 40년 전 어린 나를 앉혀 놓고 앞으로는 여자도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외국처럼 여자도 일을 가지게 될 것이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삼 씨를 가지라고 하셨다. 고운 말씨, 맵씨, 솜씨. 밀라논나는 말씨가 참 매력적이다. 유튜브를 보면 말을 참 간결하고 재미나게 하셔서 좋았다. 맵씨야 패션계에 종사하셨으니 말해 무엇하랴. 집과 식물을 가꾼 솜씨는 넘사벽이다.
이 어른의 가장 배울 점은 젊은이에게 징징거리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내가 들었던 징징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끝도 없지만 축약하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안 아픈 데가 없다. 너도 나이 들어봐라.
서럽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누구 집 딸은 병원비도 다 댔다더라.
경로당 누구네 자식은 용돈을 얼마나 준다더라.
이 말들의 속뜻은 내면에 관심을 가져주고 부디 따뜻하게 보살펴 달라는 것이다. 늙음의 서러움을 이해해 주고 바뀐 세상은 친절하게 알려주고, 세상이 변해도 부모를 공경해 달라는 것이리라. 그러나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자녀들은 이 징징거림에 몹시 지친다. 주거니 받거니 상호 보살핌이 인간관계의 기본인데 일방적인 감정분출과 요구는 거리를 더 멀게 한다.
밀라논나는 외적인 건강과 세련됨 뿐만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품격과 긍정에너지로 사랑받는 것이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할머니가 아니라 배울 점이 많고 얘기하고 싶은 멘토이니 젊은이들이 열광할 만하다. 롤모델 어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세대에게 품격 있게 늙어가는 어른은 얼마나 멋진가. 이렇게 늙어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분의 긍정에너지는 과거를 열심히 살아서, 봉사할 줄 알아서, 적게 소유해서, 능력이 있어서, 그리고 이 능력을 나눌 줄 알아서이다.
대부분은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나 많이 소유하고 그것을 오직 자기 자녀에게만 전해 주고자 한다. 봉사를 하거나 나누는 데는 인색하다. 그리고 능력 중 최고는 돈 모으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돈으로 명품과 신상을 가진 것을 안목이라고 여긴다.
나의 봉사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돌보는 것으로 퉁치고 싶다. 가족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에 봉사활동이라 생각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더 적게 소유하고 나눠야겠다. 집에 여백을 두어 적은 공간으로 줄여야 한다. 주변 사람에게 내 존재가 긍정이 되도록 하자.
그러려면 이 더위에도 축 쳐져있지 말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그리고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후다닥 기쁘게 그냥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