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기가 몹시 고역이었던 젊은 날에는 해가 중천에 떠도 잠이 왔다. 이제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어나도 다시 잠이 들지 않아 그냥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니 집안일을 다해도 여전히 아침이다. 잠도 공평하지 않구나.
아침시간의 고요함 속에서 시간이 온전히 나를 위해 내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쫓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편안한 속도.
시간에 쫓길 때는 몰랐는데 아침의 여유 속에서는 편안하고 좋아하는 아침의 내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나는 가볍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얼굴도 몸도 붓지 않고 자리에서 툭 일어나고 싶다. 얼른 이불을 정리한다. 베개에 붙은 머리카락도 정리하고 제자리에 둔다. 나중에 누워도 산뜻하게. 그리고 책을 읽는다. 누워서 읽지 않고 앉아서 바른 자세로 읽고자 한다. 좋은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집중이 안되면 거기서 끝낸다. 버릴 것을 최대한 찾아 버리고 공간을 만든다. 집안일을 하며 정리정돈을 한다. 책상을 잡고 간간이 스트레칭을 하며 커피도 마시면서 활력을 깨운다. 깨끗이 씻고 소파에 앉아 드라마틱하지 않을 나의 하루를 기다린다.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며 즐기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게 행복'
디오게네스의 이 말이 지금껏 회자되는 것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달콤하고 자극적이라 하더라도 수백 년 동안 검증되지 않은 말은 믿기 어렵다. 수백 년은 지나야 인간사에 적용되지 않을까?
진정으로 나를 위해 산 시간은 많지 않다. 나만을 위해 멋진 밥상을 차린 적도 없고,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한 공들인 화장과 좋은 옷을 입은 적도 없다. 이제는 젊을 때 그토록 갈망하던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벌떡 일어나자. 그리고 주어진 이 시간을 나를 위한 축제로 만들어 공손히 대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