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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Apr 24. 2022

29. 토마토 마리네이드 쯔유 파스타

라면보다 파스타 만들기가 더 쉬웠어요

 요리는 잘 못 하는데 파스타는 간간히 만들어 먹어, 라고 말하면 보통 그럼 요리 잘하는 게 아니야?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파스타는, 특히 그냥 내 입에만 넣을 파스타는 직접 소스를 만들겠다는 욕심만 없으면 컵라면 다음으로 쉽기 때문이다.


 일단 첫째로, 계량이 거의 필요 없다. 물을 대-충 받고 끓이다가, 소금도 대-충 붓고(까먹으면 그냥 싱겁게 먹지 뭐), 면도 대-충 붓고(많으면 남기지 뭐) 끓이면 끝! 둘째로, 면이 익었는지 볼 필요가 없다. 보통의 스파게티 면이면 면을 넣고 휴대폰 타이머로 8분만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요새는 빅스비나 AI스피커로 시켜서 손도 쓸 필요가 없다(날씨 말고는 거의 유일하게 쓰는 기능이다).


 리가 울리면 대애충 물을 빼고, 소스를 붓고 휘휘 저으며 볶으면 끝. 라면은 물도 맞춰야 하고 면이 언제 익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내 입장에서는 라면이 더 어렵다. 사실, 자취 시작하고 컵라면 외의 라면을 직접 끓여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컵라면 짱. 고. 알러지랑 근종만 아니었으면 아직도 편의점 2+1에 며칠치 비상식량을 만들어뒀을 거다. 아무튼 지금은 안 먹기로 했으니까, 목이 붓는 라면 대신 파스타다. 오늘은!

 

 집에 숏파스타가 떨어져서 푸실리(나사선이 있는 숏파스타)를 사야지~ 하면서 나갔는데, 세상에. 롯데마트에서 펜네를 천원에 파는 거다. 지갑이 가벼운 자취생은 오늘도 목표가 바뀌어 돌아왔다. 그래도 500g에 천원인 펜네랑 사천원인 푸실리가 있으면 보통 다들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ㅠ 개인적으로 펜네는 꾸덕한 파스타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지갑에 타격은 좀 줄일 수 있었다. 두고두고 먹지 뭐.

8분 타이머가 마친 뒤 찬물에 식히는 중!

 오늘의 소스는 친구 어머니께서 작년에 만들어주신 모밀 국물(쯔유). 무를 갈아서 메밀국수에 같이 넣어 먹으면 정말 어지간한 맛집 저리가라 맛이 있는 국물이다. 실제로 이걸 받고 작년에는 언니랑 맨날 해 먹느라 매년 밖에서 열심히 사 먹던 냉모밀을 전혀 사먹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걸 아까워서 비장의 아이템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면서 발견한 한 레시피를 보고 너무 만들고 싶어서 퇴근하자마자 급하게 해동시켰다. 레시피는 별 건 없다. 숏파스타를 삶아서, 찬물에 헹구고 쯔유 두 스푼을 붓고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양념 째로 올린 뒤 잘 섞어 먹으면 된다! 펜네는 사실 양념이 잘 배지는 않아서 약간 싱거운 감이 있긴 했는데, 토마토를 반찬삼아 같이 먹고 양념을 같이 얹어 먹으면 돼서 훌륭한 한 끼가 될 수 있었다. 히히.

짜잔. 사실 토마토를 좋아해서 이 사진 찍고 먹다가 남은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더 부어서, 사진의 1.5배 정도로 먹었다.

 파스타를 해먹고 쯔유를 주신 친구네에 다시 감사인사차 연락했다가, 올해 또 만든 쯔유를 2리터나 챙겨주셨다ㅠㅠㅠ 덕분에 가족들끼리 맛있는 주말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다음에 맛난 거 사서 어머님 봬러 가야겠다...!

대충 찍혔지만 맛있었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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