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초대가 코 앞이다! 초짜 요리사는 막중함을 느끼고 이것저것 장도 보고 요리책도 보고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왜 글이 올라오지 않느냐 하면, 어깨를 다쳤다...ㅠ 어깨가 조금 빠졌다가 다시 맞춰지긴 했는데, 계속 아파서 찍어보니 인대에 물이 찼다. 어쩔 수 없이 남는 시간을 모조리 투자해서 병원을 다니고는 있는데, 회사에서 자판기만 좀 두들겨도 너무 아프다. 하루종일 소염진통제에 의존하고 있는데, 저번에 샹그리아 담근다고 하루 작업만 했는데도 꽤나 아파서 요리 연습은 최소화하고 있다. 음. 당일에 망하면 그냥 맛있는 것 시키지 뭐. 하하.
그래도 그나마 샹그리아라도 담가서 다행이다, 하고 있다 문득 스쳐가는 한 문장에 멘탈이 나가버렸다. 친구 하나가 사과를 못 먹는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당당하게 샹그리아에(심지어 글 다시 보니까 사과가 들어가야 맛있다고 강조까지 해서는) 사과를 왕창 넣은 거다. 으아아악. 와인 다 썼다. 어깨 아파서 혼자는 사 오지도 못한다. 심지어 남은 과일도 얼마 없다. 다급하게 그릭요거트에 먹으려고 남겨둔 자투리 과일과, 하루치 아침 저녁메뉴를 과일로 받아서 모아와 집으로 가져왔다. 외팔이치고는 큰 무리를 했다...ㅠ 어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지-를 외치며 집에 왔다.
점심시간에 틈틈이 레시피를 고민해보긴 했는데, 새로 와인을 한 병 사 와봤자 다 먹지도 못 할 것 같고(일단 못 들고 오기도 하고) 사과를 못 먹는 친구가 술을 잘 못 먹기도 하니까 샹그리아에 외전으로 남겼던 아이스티, 논알콜 샹그리아를 담가야겠다!
포도는 씨 없는 포도가 좋다. 거봉을 넣었더니 아주 헤집어졌다...ㅠ
재료 준비는 그냥 샹그리아와 같다. 과일을 송송, 씨는 빼고, 층층이 잘 쌓아둔다. 얇게 썰수록 즙이 배어나오기 좋아서 더 어울리지만 퇴근 후라 대애충 썰었다ㅎㅎ 아, 레시피 검색하다 보니 샹그리아 병의 20-30%만 채워도 된다는 소리가 있던데, 손이 커서 또 정신 놓고 80%를 채워버렸다. 음료 자체는 얼마 나오지 않게 되는데, 남은 과일들이 아까워서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콩포트라도 해야 하나?
과일이 준비가 다 됐으면 음료를 준비! 시트러스류가 더 더해지면 좋겠어서 끓인 물에 제주 삼다 영귤티를 두 티백 우렸다. 시간이 많으면 소스팬에 넣고 끓이려교 했는데, 잠깐 나갈 일이 생겨 그냥 냉침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과일 양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끓는 물에 우려놓고 나갔다 왔다. 다녀와서는 티백을 빼고 자기 전까지 식혀서, 술 대신 병에 붓고 마지막으로 비장의 무기인 산펠레그리노 폼펠모를 꺼냈다. 많이 달지는 않으면서 살짝 쌉싸름한 자몽향이 개인적으로 아이스티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풍성해진 냉장고
이대로 일주일 정도 숙성하다가, 목금 정도에 간을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하려고 한다. 그 때 가서 맛이 없으면... 하하. 비장의 만능 3종 세트(폼펠모, 사이다, 토닉워터)가 뭐든 도와주겠지! 정 안되면 마법의 패션후르츠청을 살짝만 더해줘도 감칠맛이 난다. 그래도 그냥 맛있으면 좋겠다. 과일을 저렇게 듬뿍 넣었는데 부족하다면 아쉽잖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