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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May 07. 2022

33. 풍미 가득, 레드커리와 그린커리

손님 맞이 태국요리 한 상 2

 사실 이 메뉴는 페이스트와 코코넛밀크만 있다면 집에 남은 아무 재료만 좀 넣으면 어렵지도 않고 리릭 뚝딱 만들 수 있는 메뉴다. 그치만 생각보다 자주 할 수 없는 사유는 페이스트가 잘 안 팔기도 하고, 보통 집에 코코넛 밀크가 잘 없기도 한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수준으로 향을 내면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새는 어지간한 태국요리점이면 보통 레드커리나 그린커리(만드는 법은 거의 같은데 쿠킹클래스에서는 붉은 고추를 사용하면 레드커리, 초록 고추를 사용하면 그린커리... 로 배웠던 것 같다. 영어가 짧아서 잘못 알아들었을 수 있다)는 팔기 때문에 굳이! 집에서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마트에서 잘 안 판다. 근처 대형마트 다섯 군데를 들렀는데, 트레이더스와 롯데마트 한 군데, 홈플러스 두 군데에는 없었고 가장 큰 롯데마트 한 군데에만 있었다.


 매 플로이(브랜드 이름) 페이스트, 2인분에 990원. 그린커리, 레드커리, 옐로우 커리, 페낭 커리를 질러 왔다. 이렇게 다 사도 사천원! 예전에는 태국 여행을 주기적으로 가서 열심히 사 왔었는데, 쟁여두기에는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짧고(요리를 워낙 안하다 보니 정신 차리면 보통 유통기한을 일년은 넘기곤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많이 팔기도 해서(아쉽게도 컬리엔 없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그냥 지나가다 마트가 보이면 있을만한 코너를 한 번씩 유심히 살피고 온다.

 

 코코넛밀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좀 있다면 요새는 통조림 코너에 대체로 파는 편이지만(아직 대형슈퍼마켓에선 못 봤다) 가격 편차는 좀 있다. 내가 가본 곳들 중에 보통 홈플러스가 제일 비싸고 롯데마트, 이마트 순이었다. 사고 나서 보니 가격은 컬리가 제일 쌌어서(로이타이 500ml 2,400), 유통기한도 긴 편이라 다음에는 컬리에서 배송비 모자라면 한두 개 사다 놓을까 싶다. 내가 가진 레시피 기준으로는 2인분에 500ml 한 통을 다 쓴다(사실 1인분이라고 써 있는 레시피를 두 배 했는데, 1인분으로 해도 넉넉히 1.5인분 정도 돼서 저걸 다 쓰면 3인분 정도 되 기분이다).


 나는 그린커리랑 레드커리, 페낭커리는 무난무난 비슷하게 사용하는데, 로우 커리와 마싸만 커리와의 사용상의 차이점이 있다면 감자 계열을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기억력이 별로 좋지는 않아서 내가 가진 레시피 기준이긴 하다. 여행 다닐 때는 사실 옐로우 커리는 뿌팟봉 커리나 볶음류 외엔 별로 보지 않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옐로우 커리의 노랑은 강황으로 만든 거고 마싸만 커리는 인도식과 섞인 커리라고 배웠던 것 같다(파는 식당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시길. 맛있어요). 아, 감자 계열이라 함은 감자도 되고 고구마도 되지만, 개인적으로 마싸만 커리는 타로를 넣은 것을 좋아했다. 집에선 물론 감자나 고구마 대충 있는 걸 아무거나 넣는다.


 어쩌다 보니 저번 주말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 뒤로, 갑자기 어버이날에도 상을 차리게 되어 한 주 사이에 사 온 재료료 레드커리와 그린커리를 모두 만들게 되었다.  재료도 요리 순서도 거의 동일해서 한 번에 적어볼까 싶다. 린커리가 코코넛이 더 들어가는 것만 빼면 완전 같다.

<레드커리(깽 펫), 그린커리(깽키우완)만들기>
 * 닭(까이)을 넣어 깽 펫 까이, 깽키우완 까이

요리책 2인분 기준

- 재료: 닭고기 140g, 커리 페이스트 4큰술(혹은 2인분 한 봉), 코코넛 크림 1컵(250ml), 코코넛 밀크 2컵(코코넛 크림 250ml+물 250ml),
* 그린커리는 코코넛 크림 2컵, 코코넛 밀크 2컵
  (구분은 아래)

태국 가지(마크아 가지) 2개, 베이비 가지 20알(나는 없어서 생략하고 마크아 가지를 2배 넣음), 찢은 카피르 라임잎 4장(마른 잎으론 약 3~4배), 피쉬소스 2큰술, 팜슈가 2큰술, 스위트바질 반컵(토핑용 포함), 어슷썬 붉은 고추 반개(토핑용), 식용유 2큰술

1. 닭고기를 썰어둔다.
2. 식용유를 두른 팬에 페이스트를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향이 좋아질 때까지(레시피가 그렇다).
3. 코코넛 크림을 넣고 표면에 기름이 돌 때까지 저으며 페이스트를 잘 풀어준다.
4. 닭고기와 가지를 전부 넣고 볶는다.
5. 닭고기가 20%정도 익으면(표면이 다 하얘지면) 코코넛 밀크를 넣고 피시소스와 팜슈가로 간을 한다.
6. 스위트 바질 잎을 바스라뜨려서 뿌리고, 고추와 카피르 라임잎을 넣은 뒤 불을 끈다.
7. 서빙한다.


 

태국 가지(마크아 가지). 레시피북엔 Ma keua bpror라고 써 있다. 읽을 줄은 모르겠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곳이 있길래 주문해봤다.
커리는 생각보다 빨리 되니까 미리 재료를 다듬어놨다. 닭가슴살은 다른 요리에도 써서 커리에는 반만 썼다. 레시피는 140g 기준이지만 200g정도 쓴 것 같다.
쏨땀용으로 산 롱빈(줄기콩)도 많길래 그냥 두 줄기 정도 같이 넣었다. 저 고추는 쏨땀세트에거 받은 거였는데, 엄청 매웠다. 가지는 1/4로 자르래서 쿼터로 잘라서 넣었다.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냉장보관하면 사용하기 너무 어렵다.
식용유를 두르고 페이스트를 넣고. 가끔 엄청 튄다. 화상 조심.
테두리에 이렇게 기름이 돌면
고기와 가지 투하!
고기가 하얘지면 집에서 수확한 바질을 넣고, 줄기콩과 라임잎도 넣고 조금 더 끓이고.
바질을 올려 플레이팅(?)하고 내오기

 사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만들기 어렵지 않다. 향이 다소 아쉬워지긴 하지만 페이스트와 코코넛밀크만 넣고 만들어도(간만 한다면) 먹을만 해지는 메뉴라서, 혼자 재택 중에 먹을 때는 대충 닭가슴살 소시지를 잘라 넣기도 하고 집에 남는 가지나 버섯을 넣기도 하고 대충 남는 야채를 넣는다. 이번에는 손님 대접용이라 가능한 모든 재료를 모아(베이비 가지(baby eggplant, pea eggplant, ma keua puang) 빼고는 다 모았다. 저건 구할 수 있는 걸까?)


 아, 양파는 넣지 말자. 갑자기 된장찌개의 느낌이 나 버린다. 국 가지가 좀 더 물이 많아 아쉽지만 그래도 잘 어울린다. 고기류는 대체로 잘 어울리고, 집에 삶은 감자나 고구마가 남으면 넣기도 한다. 아무래도 커리란 원래 그런 음식이니까...ㅎㅎ 롯을 넣은 레시피를 보기도 했다.


 아직 일반 설탕과 팜슈가의 교환 비율은 알지 못해서 나는 팜슈가를 그냥 구해서 썼는데, 필기는 없지만 수업때는 큰술을 작은술로 바꾸면 된다고 했던 것 같긴 하지만 어디에도 적힌 게 없어서 확실치는 않다. 코코넛 크림과 밀크는 구분이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이건 책에 확실히 적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코코넛 밀크는 거의 코코넛 크림이다(기억으로는 함량이 60%가 넘으면 크림이었던 것 같다). 크림을 밀크로 바꾸는건 물과 1대1로 섞으면 되는 거라서, 계량만 잘 하면 된다. 가루로 파는 경우는 조금 달랐던 것 같은데... 와. 가루 환비율 찾다가 30분 가까이 서핑만 하다 와서 패스.


 근데 기본적으로 코코넛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매력이 있어서, 너어어무 적지만 않다면 꼭 계량해서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코코넛밀크는 캔이거나 하면  남는 경우에는 보관이 귀찮기도 해서... 나는 보통 뜯으면 다 쓰기 때문에 가루를 사다 놓고 원하는 묽기에 맞춰서 물로 섞으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냥 페이스트 볶고 있는 코코넛 대충 반 붓고 고기 익고 넣을 때 나머지 반 넣어도 뭐 괜찮을 것 같다. 그린커리는 남는 국물이(?) 생기면 파스타를 해 먹어도 맛있다. 명동 파스타집에서 한 번 먹고 맛있어서 해 먹어 봤었다.


 집들이 다음날 들른 입맛 흥선대원군인 친구는 남은 커리를 한 입 먹더니 더 이상 먹지 못했다. 흑 맛있는데...ㅠ 집들이날 온 친구들이 다 향신료에 강했어서 다행이었다. 대신 최근에 입맛이 없다시던 할머니께서 국물까지 열심히 드셔서 뿌듯했다.이건 모로 봐도 온고잉 메뉴다! 다음에 또 해 드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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