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500원짜리 보자기 속에 담긴 진심

by 그저 나


“내 아들의 선택이니까,

너는 분명 좋은 아이일 거라 믿어.”


처음 뵌 시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뾰족하게 서 있던 내 방어기제는

단숨에 무너졌다.


우리가 왜 이토록 서둘러

결혼하려는지 조차

시어머니는 묻지 않으셨다.


빚더미에 앉은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식구로 받아주신 건,

남편이 27년간 쌓아온 ‘성실’이라는

신용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차가웠다.

인스타그램에 넘쳐나는

수십만 원짜리 예물 박스는

당장의 내겐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남들은 화려한 과일 바구니를 준비할 때,

나는 통장 잔고를 보며

몇 번이나 숨을 골라야 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인터넷에서 찾은

가장 저렴한 포장재였다.


500원짜리 박스, 그리고 한 장에 500 원하는

색색의 보자기 두 장.


그날 밤, 밤잠을 줄여가며

바람개비 떡을 찌고

과일을 하나하나 랩으로 감쌌다.

투박한 손으로 편지 글귀를

인쇄해 붙이며 생각했다.


이 500원짜리 보자기 안에, 내 무너진 자존심 대신

어떻게든 이 사랑을 지켜내고 싶다는 간절함을

꾹꾹 눌러 담자고.


다행히도 어머니는 감동하셨다.

그 서툰 선물들을 그 어떤 명품보다

깊은 눈으로 바라봐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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