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벽 2시, 무너진 자존심 위로 내린 고백

by 그저 나


사람들은 흔히 결혼을 ‘현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9살의 나에게 결혼은,

현실이라는 절벽 끝에서 만난 유일한 밧줄이었다.


낮에는 치과에서 2인분의 몫을 해내고,

밤에는 카드 빚을 갚기 위해 투잡을 뛰었다.

하루 3시간의 잠으로 버티던 나날.

미래도 희망도 내게는 사치였다.


“결혼할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마.”


27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세상을 배워가는 그에게

나의 고단한 삶에 휘말리게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모질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고 택시에서 내린 새벽 2시,

집 앞 가로등 아래에 그가 서 있었다.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를 뚫고

그가 나를 안아주었다.


“오늘도 너무 고생했어”

그 한마디에 꾹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숨기고 싶었던 나의 밑바닥,

보이스피싱으로 생긴 1,500만 원의 빚과

밤마다 알바를 가야 했던

내 처지를 알게된 그는

비난 대신 화를 냈다.


네가 고생하는 게 나는 죽기보다 싫다며,

그는 눈물을 머금은 채 자신의 통장 잔고를

보여주었다.


[3,800만 원]


그가 23살 때 할아버지께서 사주신 차 덕분에

차곡차곡 모을 수 있었던 3,800만 원의 결혼 자금.

입사 6개월 차, 월급 300만 원의 중견기업

신입사원이 일궈낸 성실함의 증거였다.


그는 당장 내 빛을 다 갚아줄 순 없어도

추후 자기가 꼭 다 갚겠다며

절대 나를 굶기지 않겠다 약속했다.


그러고는 평생 나를 채찍질하며 살았던 나에게,

내 ‘행복’의 안부를 처음으로 물었다.


“돈 적게 벌어도 돼. 내가 더 열심히 할게.

누나가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


경제적인 풍요보다 더 큰 ‘정서적 구원’을

선물한 이 남자라면, 부끄럽지만

내 남은 생을 걸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가진 건 빚과 상처뿐이었지만,

그의 손을 잡은 순간

나는 비로소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28살의 시린 겨울을 지나 29살의 뜨거운 여름,

새벽 2시의 가로등 아래에서 마주했던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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