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데 5천만원 이상 쓰고 또 도전하는 미친 인간
인생 첫 도전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어린 나에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리 집 TV에서 골이 들어가는데 환호성이 베란다 창문을 넘어와 내 귀를 때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소름, 짜릿함에 대한 여운이 길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랑은 무조건 축구를 하고, 축구 얘기에 푹 빠졌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축구얘기를 하고 그 분위기에 젖어있었을까?
그러다 월드컵이 끝나고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던 월드컵의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나는 여전히 등굣길에도 공을 가지고 등교하는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이 나가자 우리!"
체육 선생님께서 대회가 있으니 멤버를 모아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친구들이 나가자고 했고
"당연하지! 무조건 우승이야 우리!"
나는 당연하게 수락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하루 종일 학교에서 축구하고 연습하고 대회준비를 했다.
대회는 이틀 나눠서 진행됐는데 예선전 없이 바로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다 이기면 하루에 2경기씩 총 4경기를 할 수 있다. 그때의 나는 우승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경기를 많이 뛰고 싶었던 게 더 크지 않았을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첫 경기 1:2 역전승 비록 나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처음 나가본 대회가 너무 설레면서 긴장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공격수로 나간 내가 골을 못 넣어 아쉽긴 했다. 그렇게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됐고 느낌이 좋았는데 너무 들떴을까?
"아.. 잘못 찼다.."
문전 앞에서 슈팅을 하자마자 느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공을 끝까지 쳐다보는데 비껴 맞은 공이 휘어들어가면서 골망을 가른다.
생에 첫 축구대회, 첫 골! 너무나도 기뻤고 그때의 카타르시스는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계속해서 나에게 슈팅찬스가 왔고 나는 추가골을 넣었다. 한 경기에 무려 두 골을 넣었다는 사실은
전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 따윈 모두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정확하게 그 경기가 몇 대 몇으로 끝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나의 두 골로 인해 이겼다는 것!
"봤냐? 진짜 대박이었지?" "공을 잘못 차서 안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들어갔잖아!"
모두가 같이 경기를 뛰면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경기를 못 본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처럼 떠들어댔다.
그렇게 친구들과 승리에 대한 기쁨을 나누는 도중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얘야 너 축구하는 거 봤는데 잘하더라! 이름이 뭐야?"
친구들이랑 다 같이 있는 데서 모르는 아저씨가 와서 칭찬을 해주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뿌듯하기도 했다.
"저 노일순 데요!"
"그렇구나 아저씨는 OO중학교 축구부 코치선생님인데 너랑 저 친구랑, 골키퍼 하던 친구랑 세 명이 잘해서 데려가고 싶어서 왔어~"
모르는 아저씨는 명함을 주시며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나 진짜 스카우트된 건가?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아도 되는 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우리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고 모르는 아저씨는 그런 우리를 자기네 축구부에 데려가려고 경기를 보러 온 것이었다.
"엄마 그래서 내가 공을 딱! 찼는데 골이 들어갔다니까? 진짜 대박이지?"
"그래그래 ㅋㅋㅋ"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 아들이 대회 나가서 골 넣었다고 자랑하면 엄마 입장에선 너무 귀여웠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근데 어떤 모르는 아저씨가 이 종이 주면서 엄마갖다주래"
나는 그 아저씨의 명함을 부모님께 드렸고 나를 데려가고 싶다 했던 이야기를 드렸다.
"그건 안돼 일수야.."
부모님께서는 축구선수가 얼마나 되기 어려운지, 얼마나 힘든 길인지를 아셨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그걸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축구를 시켜달라고 강하게 조르진 않았다.
왜냐하면 축구가 좋긴 하지만 친구들이랑 헤어지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일단 알겠어! 나도 고민 더 해볼게"
부모님께서도 강하게 반대하신 건 아니었다. 제목에서 느껴지겠지만 정말 여러 번의 도전을 한 만큼 부모님께서도 웬만하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라고 하시는 스타일이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회 이튿날, 우리는 준결승전을 시작했고 나는 또 골을 넣었다 그렇게 준결승 경기를 이기고 같은 날 진행된 결승에서 또한 골을 넣고 우승을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축구가 좋아서 대회를 나간 거기에 우승할 줄도 몰랐고 내가 골을 그렇게 많이 넣을지도 몰랐다.
말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너무 기뻤던 기억이 선명하다. (어린아이니까...) 그렇게 기쁨을 나누는 도중 그때 그 아저씨가 다시 찾아와 부모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모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알려드렸고 그때 처음으로 '내가 진짜 잘하는 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앉아봐 일수야 얘기를 좀 해야 될 거 같아"
부모님께서 아까 그 코치님과 전화통화를 했고 내가 재능이 있으니 시켜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떡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셨다.
"나는 해보고 싶긴 한데 엄마, 아빠가 싫으면 안 해도 돼! 친구들이랑 같은 학교가도 난 좋아"
"네가 재능이 있다고 하니 엄마, 아빠는 궁금하긴 하네?" 부모님께서도 축구 전문가 분들께서 잘한다고 하니 솔깃하셨던 것 같다.
"그래 그럼 해보지 뭐"
아마 코치님께서 나랑 우리 팀의 친구들 말고도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도 말을 하셨었겠지만 실제 정말 그 학교의 축구부로 진학하게 된 건 나랑 우리 팀의 친구, 두 명뿐이었다.
새로운 환경, 처음 경험해 보는 분위기에 약간의 기대감과 걱정이 되기도 무섭기도 했다. 그렇게 OO중학교 축구부로 진학하게 됐고,
내 인생의 첫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