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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쁜 이야기 Sep 28. 2022

하느님께 쓰는 편지

4. 8년째 막내라고요.


어디가서 님짜듣고

내 의견을 경청해주고 진지하게 받아주는

관계들이 있는 가 하면


해라.

하지마.

와라. 가라. 먹어라.

땜빵치라.

임명한다.

니가 왜 나서?


같은 짧은 말들을

부드러운 늬앙스로 전하며

나의 노고를  부려먹는 관계들이 있어요.


하느님께

이런 거 고발해도 되나요?


백조처럼 우아한 거룩한 미사 아래

수면 아래로 일어나는

수천번의 발길질을.


세월호 때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땐 내가 막내였는데

8년째 막내라서

시집도 안가본 내가

8년째 성당시집살이 중.


봉사 끝났는데 다시 전화한통화로 와라가라

차량타고 이동할 때도 니가 거기 앉아라. 마라.

신부님이 부르신다. 수녀님이 오신다.


언니들이 왜그러지?

물어보면 그런게 시집살이.


사이가 너무 편해져서 그렇다고.


다른일로 너무나 바빠

두 세달만에 멀어져 버린

사이


마침 시간이 나서

가을 바람을  쐬러 따라나간 성지도보순례길.


거기서도

느닷없이 나에게 임명된

찍사! 자리.


파란하늘 예쁜 풍경

편안히 구경 못하고

사진찍어 주느라 바빠바렸어요.


허드렛일

작은일로

쓸데없이 바쁜 삶.


이 놈의 성당 막내는 언제 끝나나~

싶다가도


이런게 작은 자의 삶이라고

최선을 다해 찍어주고 나니


사진들이 얼마나 예쁜지

파란 하늘이 다해줬네요~~


언니들이 나눠준 [평화의 사도]

책을 읽다가

어느 수사님의 수필 고백.


귀머거리 삼년, 장님 삼년, 벙어리 삼년

이라던 수사님의 수도원 시집살이 귀절에서

나도 모르게 격공!


그러나.. 수사님은 수사님스럽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는....

뭘해도

기승전모범답안인

이 조직 사람들.


생각해 보니

나는 바쁘다고

비효율적이고 할필요없어보이는

쓸데없는 조직관리일에는

절대로 나를 넣지 말라고

늘 막내로 지내왔던 나.


교리교사

구역반장

빈첸시오회장

회계

총봉사자 등등


일상의 내 시간들을 끊어버리고

침범? 해오는 남의 생각. 남의 사정들을

늘 넉넉히 품어안고 가야하는 자리를

맡고 계신 언니들.


모든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개별케어를 몇년째

묵묵히 지고 가는 일

막내인 나는 절대 못하지롱~


님짜 붙여 경청하는 관계는

비즈니스 끝나면 끝나는 관계.


굴리고 굴리며

함께 뒹구는 관계는

그것보다 좀 더 깊은 인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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