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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리더, 그리고 진심

규율보다 마음이 회사를 움직인다

by Pelex


밤은 고요했지만 제 마음은 고요하지 않았습니다.

창문 너머로는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만 스쳐

도시의 불빛은 멀리서 깜박이며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이불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새벽 세 시 반, 시곗바늘이 무심히 그 시간을 가리켰습니다.

잠결에 흩어지던 생각들이 점점 선명해지더니
마침내 제 가슴속에 한마디로 모였습니다.

“이건 아니다.”

순간, 눈을 감고 있던 세상이 확 열리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새벽 냄새가 코끝에 와닿았습니다.
그 냄새는 왠지 모르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른 새벽에 홀로 깨어 있었습니다.
회사는 무엇인지, 리더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또 묻는 질문이 끝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회사는 사람의 모임이지만, 동시에 생명체와도 같습니다.
이윤을 먹고 자라며, 규율이라는 뼈대를 세우고,
신뢰라는 피가 돌 때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회사마다 질서가 있습니다.
큰 건설회사는 군대처럼 명령이 위계적으로 흐르고,
작은 회사는 임원이 사원 역할까지 겸하며 수평적으로 굴러갑니다.
모습은 달라도 본질은 같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만
회사는 무너지지 않고 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늘 이상과 어긋납니다.
돌아보면 저는 늘 대우만 바라는 월급쟁이였습니다.
최선을 다하기보다 불만을 먼저 꺼내 놓았던 사람.
그러나 곧 깨달았습니다.
나 하나의 성실로는 회사의 공기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조직의 분위기는 결국, 리더의 숨결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먼저 변해야 직원도 변합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그 작은 습관이
사람들의 마음을 위축시키기도, 북돋우기도 합니다.
사람은 믿어주고 존중해 줄 때 비로소 힘을 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저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월급쟁이에 불과했지만,
그날 새벽만은 마음 깊이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이끌게 된다면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먼저 스스로 변화를 보여 주는 리더가 되리라고.

회사는 숫자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땀과 눈물, 희망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길이 됩니다.
리더는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무겁게 하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 주는 사람.

오늘도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어 둡니다.
“회사를 움직이는 것은 규율이 아니라, 결국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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