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음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이 없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어머님전상서)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길이,
이렇게 외로운 길이었다는 것을.
가까이 모시지도 못한 채
멀리서 안부만 여쭙던 날들이
이제 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당신은 무엇이 그리 미안해
끝내 사랑만 주고 가셨나요.
“저녁 먹고 가렴.”
“자고 가지 그러니.”
그 평범한 한마디를
나는 끝내
한 번도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것 하나 못한 것이
이렇게 오래 남아
가슴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습니다.
홀로 사신 세월 사십여 년,
긴 기다림 끝에
아버님을 다시 만나셨을 때
어떠셨나요.
고생 많았다고,
참 고맙다고,
그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셨나요.
이제야,
내가 당신의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당신이 걸어오신 구십 평생의 길이
누구에게나 처음이라
얼마나 외롭고
두려운 길이었는지를.
자식들 앞길 밝히려
밤새 꺼지지 않던
당신이라는 등불.
그 빛을 따라
당신의 흔적을 더듬어 보니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셨을까.
문득,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대전 국립현충원
아버님 곁에 나란히 누우신 두 분께
이제야
가슴 깊이 용서를 구합니다.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버님 뜻을 이어
남부럽지 않게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돌아보니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듬직한 장남의 모습을
끝내 보여드리지 못한 마음이
이루지 못한 회한이 되어
오늘따라
차가운 묘비를 적십니다.
무슨 말로도
용서가 되지 않겠지요.
어머니,
이제는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아버님 손 꼭 잡고
그곳에서는
부디 외롭지 않게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못난 아들의 사죄보다
당신들의 고귀했던 희생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입구에서
한 걸음을 떼지 못합니다.
“다음이 없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