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부산에 있는 기업까지 51분. 출발했다. 평소처럼 블루투스를 켰다.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했다. 오늘 선택한 노래는 우즈의 Drowning. 요즘 즐겨듣는 노래다.
5분 정도 달렸을까. 조금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문을 살짝 내렸다. 생각보다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창문을 조금 더 내렸다. 아직 겨울이 남아있는 바람이었다. 그래도 꽤 포근해졌다. 계절은 어쩌면 이렇게 투명하게 찾아오나 싶다. 한 번 지각을 한 적도 없고, 건너뛴 적도 없이 말이다. 좋아하는 음악과 따뜻해진 바람, 그리고 빛나는 햇살. 잠시나마 머릿속을 비우고 온전히 멋진 하루에 집중했다.
봄은 희한하다. 분명 죽어있었는데, 죽은 게 아니었다. 말라비틀어진 풀 속에서 작은 싹이 튼다. 어찌나 작고 여린지. 어디 숨어있다가 나왔다 싶다. 비슷한 시기에 올라오는 것도 신기하다. 생명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나무에도 작은 싹이 튼다. 그 모습을 한참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잠깐이지만 대단한 철학자가 된 듯,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어떻게 사계절이 생겼을까.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흘러갈 수 있을까. 그럼 이 많은 것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질문에 질문을 더하다 보면, 결국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언가에 다다른다. 그걸 누군가는 '신'이라는 부르는지도 모르겠고.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질문까지 나오고야 만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 세상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말이다. 괜스레 머리가 아파지는 것 같아, 이쯤에서 그만하자 싶을 때도 있다.
강의 마치고 나왔다. 약간 더웠다. 차 시동을 켜고 창문을 모두 내렸다. 싱싱한 바람이 들어왔다. 바쁘게 사는 동안, 3월이 봄을 데리고 왔나 보다.
뭐든 적당하면 좋은데, 잠깐의 봄 뒤에는 무시무시한 여름이 도사리고 있을 터다. 지금 내가 가져야 할 태도는 '봄' 하나에 집중하는 일이다. 나중에 일어날 일은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연한 이파리, 기분 좋은 포근함, 조금씩 피어날 꽃들.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누리는지에 따라 행복이 달라진다.
잠시 있다가 갈 봄이지만 당분간은 마음껏 누려보려고 한다. 어라. 오늘도 밤 12시가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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