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식 경연 프로그램이 많다.
요리에 대해서 한참 하더니, 최근에는 '베이커리'를 주제로 한 경연도 생겼다. 밥 먹다가 조금 봤다. 빵을 좋아하다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루에 불과하던 재료가 각종 빵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마치 예술 같았다.
각자 자기가 만들고 싶어 하는 빵을 만든다. 5명의 심사위원에게 심사를 받는다. 그렇게 과반수가 나오면 합격이다. 심사위원들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베이커리 계열에서 최강자인 듯했다. 하긴, 안성재 셰프를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 사람은 누구? 제작진에서 어련히 실력자들을 섭외했을까. 암튼 빵을 심사하는 기준이 엄격했다. 무엇보다 빵에 관해 아는 용어들이 많았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서든 '용어'의 정의를 아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했다.
보면서 느낀 바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실력자일수록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한 참가자가 나왔다. 다른 참가자들은 옆에 데커레이션도 하고 각종 재료도 써서 화려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참가자는 너무하다 싶을 만큼 빵 하나가 다였다. 저렇게 밋밋하게 내놓을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사위원들은 오히려 반겼다. 빵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참가자는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둘째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다. 빵을 굽는 데는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특히 오랜 기간 한 곳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라면, 자기가 쓰던 기구들이 편하기 마련이다. 경연장은 손에 익지 않은 장비들로 가득하다. 크고 작은 돌방상황이 생겼다. 빵을 반죽하는 기계 온도가 예상보다 높아서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얼음을 가져와 통을 식히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다행히 빵의 발효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반대로 한 참가자는, 기계가 손에 익지 않는다면서 연신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안타깝기는 했지만, 돌발 상항 대처도 어찌보면 실력이 아닐까 싶었다.
셋째는 스토리의 힘이다. 똑같은 빵이라도 어떤 스토리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인생의 단 맛, 인생의 쓴맛, 그래도 나중에는 결국 달콤한 열매를 얻게 된다는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위스키와 어울리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사람도 기억에 남는다.
어느 분야든 처철한 공부가 필요했다. 참가자들이 일을 하면서 메모했던 노트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재료 몇 그램을 썼는지, 결과가 어떠했는지, 세세하게 쓰여있었다. 그 노트야말로 누구도 훔쳐 갈 수 없는 귀한 재산이 아닐까 싶었다. 진짜 성공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배우고 노력하고 시간을 온전히 투자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설명절이네. 이런저런 이유로 명절이 조용하다.
#송주하글쓰기아카데미
#송주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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