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의 저주

by eunice 유니스

옛날 한 마을에 심보가 고약한 양반이 살고 있었어.


욕심도 엄청 많아서 식구들한테도 인색했지.


단, 이제 갓 돌 지난 손자만큼은 대를 이을 종손이라며 애지중지했어.


어느 날, 돌담 밑 화단에서 손자가 꽃 보며 놀고 있었는데, 그때 누리딩딩한 뭔가가 쓰으윽~ 손자 옆으로 지나가는 게 아니겠어?


깜짝 놀란 손자는 뒤로 자빠져서 머리를 바닥에 쿵하고 박았지.


“ 으아앙~~~” 손자의 울음에 버선발로 뛰어나온 양반은 손자를 얼른 안고 주위를 보니 구렁이가 화단을 지나 돌담을 넘어가려고 하고 있는 걸 발견했어.


“ 감히 내 손자를 다치게 해? ” 화가 난 양반은 하인을 시켜서 구렁이를 잡아 죽이라고 시켰어.


구렁이는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어. 자기는 집안의 쥐만 잡아먹었고, 결코 손자를 놀라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고. 그리고 뱃속에 새끼가 있으니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울며 간청했지.


구렁이의 사정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오직 손자가 다친 거에만 화가 난 양반은 하인에게 당장 모가지를 잘라서 죽이라고 하였지.


뱃 속에 품은 자식과 함께 죽임을 당하게 된 구렁이는 한을 품었고, 죽기 전에 “ 내가 당한 대로, 이 집에도 화가 있을 것이다! ”란 저주를 남겼어.


구렁이가 죽고 나자, 양반집에는 쥐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어.


사실 그동안 구렁이가 이 집의 쥐들을 잡아먹어주었고, 그 덕분에 곡간의 곡식들도 쥐들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던 거였거든.


천적인 구렁이가 없어지자, 쥐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많아져서 곡식창고가 점점 비어가고 있었어.


식량을 빼앗아 가는 쥐들에게 화가 난 양반은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배고픈 고양이들이 쥐를 좀 잡는가 싶었는데, 워낙 쥐가 많다 보니까 고양이가 쥐를 보아도 별로 잡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쥐들도 더 이상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았지.


이를 어쩌나 궁리하던 양반은 고양이들을 창고에 가두고는 몇 날 며칠을 굶겼어.


“ 지들이 배가 고파봐야 쥐를 잡지! ”


그리고 동네의 길고양이란 고양이는 다 데리고 와서 며칠을 굶기고는 쥐를 잡으라고 풀어주었어.


배가 고파서 잔뜩 신경이 예민해진 고양이들은 풀려나자마자 양반의 예상대로 마구마구 쥐를 잡기 시작했어.


쥐와 고양이와의 전쟁은 고양이의 승리로 끝이 났지.


이제 한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말썽이었어.


고양이의 수가 너무 많아진 거야.


집 밖으로 쫓아내려고 해도 나가지도 않고, 양반집에 눌러앉아서 새끼도 낳고 밤마다 울어대는 통에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못 잘 정도였지.


양반은 쥐의 천적인 고양이로 문제로 해결했듯이, 이번에도 고양이의 천적인 개를 이용하기로 했어.


이번에도 동네에 어슬렁 거리는 들개들을 먹이로 유인해서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지.


개들도 처음에는 고양이를 몇 마리 물어 죽이더니 이내 고양이한테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


양반은 이번에도 개들을 몇 날 며칠을 굶게 했지.


밥도 주지 않고 창고에 가둬두기만 해서 화가 난 개들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어.


고양이와 한바탕 할 것을 예상하고 창고문을 열어주자 개들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어.


흥분할 데로 흥분한 개들은 마구잡이로 고양이를 물어 죽이고 난리도 아니었어.


이때, 하도 밖이 소란스러워서 잠깐 문을 열고 구경 나온 손자를 향해 개들이 미친 듯이 달려가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손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어버렸지 뭐야.


양반은 비명을 지르며 손자에게 달려갔어.


하지만, 어린 손자는 이미 즉사하고 난 뒤였지.


피투성이가 된 손자를 보자 망연자실해진 양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어.


한바탕 전쟁이 끝나자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들개들은 다시 마을 밖으로 달아났고, 양반의 집은 죽은 고양이 시체와 핏자국, 그리고 손자를 잃은 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지.


마을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는 구렁이의 저주 때문이라고 수군거렸어.


그리고 이 사건이 있은 후부터 그 마을 사람들은 집에서 구렁이가 나와도 절대로 잡지 않았고, 오히려 쥐를 잡아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곤 했대.


이 일이 있은 후 양반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부덕(不德)을 후회하며 반성했을까?


아니면, 소중한 손자를 잃은 상실감에 구렁이를 증오하고 더 독기를 뿜어대며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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