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by eunice 유니스

옛날 옛날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속에 작은 오두막 한채 있었어.


그곳엔 나이 많은 꼬부랑 할머니와 어린 손녀가 살고 있었지.


오두막의 처마 밑엔 제비집이 하나 있었는데, 봄이 되면 제비 한 쌍 날아와 제비집에 새끼들을 낳고 가을이 되면 제 식구들 데리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나곤 했지.


그 해 봄에도 어김없이 제비집에 제비 식구들이 찾아와 알을 낳았어.


알에서 새끼들이 태어나 오두막에 " 지지배배 지지배배 " 새끼 울음소리로 가득해지자, 꼬부랑 할머니는 제비집 바로 밑에다가 볏짚더미를 수북이 쌓아 놓으셨지.


어린 손녀는 어리둥절해하며 할머니께 여쭈었지.


" 할머니~ 왜 볏짚을 거기에 쌓아놓아요? "


할머니는 그저 어딘지 모르게 슬픈 미소 한번 지으시고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


며칠 후, 손녀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마당에 나오는데 제비집에서 작은 뭔가가 툭~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제비 새끼 한 마리가 볏집 위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


손녀는 제비집이 비좁아서 새끼가 실수로 떨어진 줄 알고, 떨어진 새끼 제비를 살포시 잡아 다시 제비집에 올려놓아주었어.


키가 작은 손녀는 이것저것 쌓아놓고 겨우 겨우 올라가 간신히 제비를 되돌려놓고 내려와서 '이제 됐다' 한숨을 돌리는 순간, 바로 제 눈앞에서 제비 새끼가 다시 툭~허니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


아무리 볏집을 깔아놓았다지만 높은 곳에서 두 번이나 떨어져서인지 이번에는 떨어진 제비 새끼는 미동도 없었어.


어미에게 버림받아 죽은 제비 새끼가 너무나도 불쌍해서 어린 손녀는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지.


손녀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한걸음에 달려오신 할머니는 죽어있는 제비 새끼를 보시고는 살포시 들어 노란 봄꽃이 피어있는 화단에다 묻어주셨어.


손녀는 죽은 제비 새끼가 가여워서 울음이 나오다가도, 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죽인 어미 제비에게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지.


할머니는 그런 손녀의 들썩이는 어깨를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시며, 슬픔이 묻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어.


" 아가야~ 너무 그리 화내지 말그라~ 지 새끼를 등 떠밀어 내미는 어미의 심정은 오죽하겠느냐... 사람들은 약하게 태어나거나 병신으로 태어난 새끼는 떨어뜨려 죽이는 어미 제비를 보고 인정머리 없다 손가락질 하지만, 그기 아니다. 태어나서도 눈을 못 뜨거나, 너무 약해서 어미가 주는 밥도 못 얻어묵거나, 날개가 부러지거나 병신으로 태어나 날지를 못하면, 가을에 식구들 전부 떠나가는데 지만 남아야 하는기라... 날은 추워지는데 먹이도 못 구하고 날지도 못하면 구렁이 밥밖에 더 되겠느냐... 정 들여 키워놓은 새끼를 구렁이 밥으로 두고 가는 아픔이나 눈도 못 뜬 어린 새끼 지 발로 밀어내는 아픔이나 어미에게는 매 한가지니라... 그러니, 어미에게 너무 그리 노여워하지 말그라~ "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손녀는 가슴 한 구석이 찜찜하고 아려왔어.


자기가 아까 제자리에 새끼를 올려놓지만 않았더라면, 새끼는 살 수 있었지 않았을까? 어떻게라도 자기가 새끼를 살려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죄책감이 들었지.


할머니는 괴로워하는 손녀에게 니 잘못은 없다고 위로해주셨어. 이전에 할머니도 떨어진 제비 새끼들을 살려보겠다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다 해 보셨지만, 한 번도 살려보신 적이 없으셨다고 하셨어.


그 후로는 딱딱한 돌바닥에 떨어져 죽는 것이 불쌍해서 볏짚을 가져다 쌓아놓으시기 시작했다고 하셨지.


손녀는 울음은 그쳤지만 제비 새끼가 묻힌 화단을 떠날 수가 없어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어.


그런 손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셨지.


" 우짜쓸까... 내 새끼... 우짜쓸까..."


꼬부라진 할머니의 등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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