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서로 다른 마음의 크기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생존을 지키는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지만 그 이유는 다양하다. 나에게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인간관계이다. 이십 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관계에서 갈등과 단절이 반복됐다. 진단받은 적은 없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았던 것 같다.
관계를 좋게 지속하려고 화도 잘 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삶을 살았다. 여러 번의 실패 속에 관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데, 그것은 영원한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쌓은 관계도 한 순간의 뒤틀림으로 쉽게 부서져 버리는 게 인간관계였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을 하더라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이기적인 노력이다. 내가 쏟은 만큼의 노력을 상대에게 바라다보면 처음의 순수했던 마음과 다르게 집착으로 변질된다. 집착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태도는 결국 관계의 균열을 불러일으킨다.
초등학교 시절 오랜 동네 친구가 있었다. 서로 다른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같은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만나 같이 놀았다. 그러다 6학년 때 나의 급우를 데리고 와서 같이 놀게 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친구를 친해지게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빼놓고 다니는 게 아닌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나랑 5년이나 같이 지냈던 동네친구가 고작 만난 지 몇 개월 밖에 안된 친구와 더 친하다니? 그때부터 점점 동네친구에게 집착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 두 명과 사이가 소원해졌다. 배신감과 씁쓸함을 느꼈다. 그 둘이 나를 배신한 거고 내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관계의 단절이 생긴 까닭을. 그것은 내 집착과, 상대의 마음이 나와 다를 것이란 걸 깨닫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을 하되, 집착을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이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의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걸 깨닫고 난 뒤부터, 내 노력의 크기만큼 상대에게 바라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상대로부터 모종의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내가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은 지 반추한다. 이미 내 집착으로 인해 여러 번의 단절을 겪었다. 그러니 앞으로 맺을 관계를 내 집착으로 망치길 원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마음의 크기가 다 같은 수는 없는 법. 집착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