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대규모 인력을 감축하고, 세계적인 일자리 웹사이트 인디드(Indeed)의 채용 공고가 줄어드는 소식을 들었을 거다. 동시에 열 명 남짓한 팀원으로 시작한 AI 스타트업 '커서 AI(Cursor AI)'가 단기간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장 선망받던 지적 노동의 대표적인 직업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AI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표적인 기술 기업들에서도 AI가 코드 작성 및 검토를 돕는 도구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며, 그 역할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숙련 직종마저 자동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AI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며 저렴하게 일할 수 있다면, 기업들은 망설이지 않고 AI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반복적인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들마저 AI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나 역시도 당장 챗GPT(ChatGPT), 제미니(Gemini), 클로드(Claude),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AI 도구 없이는 이제 생산성 있게 일처리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마케팅 전략 기획부터 복잡한 문서 요약, 자료 정리, 심지어 아이디어 발상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AI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LLM(거대 언어 모델) 업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능을 내놓으며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뒤처지는 느낌마저 든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데, 제대로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면 순식간에 휩쓸려 버릴 것 같은 조급함이랄까.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물론, 고도로 숙련된 전문직까지 그 침투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대표적인 예로 IBM은 전체 인사(HR) 부서 업무의 30%를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이미 채용을 중단했고, 챗GPT-4는 미국의 로스쿨 졸업생들도 어려워하는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을 받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AI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3억 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사회적 파장을 경고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먼 미래의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의 일자리 플랫폼 인디드(Indeed)의 최고 경영자(CEO)는 2021년 기점으로 채용 공고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자사 채용 공고의 3분의 2가 이미 AI로도 충분히 가능한 업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저 흥미로운 신기술쯤으로 여겨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는 없으면 불편할 만큼 우리 업무와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AI의 능력은 기업들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만들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과연 사람의 존재 이유와 역할은 무엇이 될까? 기술 발전이 모든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결국 단위 인원당 생산성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소수의 뛰어난 인재와 AI 중심의 고도로 자동화된 생태계에 부가가치가 집중되면서, 많은 사람은 '쓸모없음'의 위기, 즉 경제활동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직업의 변화를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살아왔던, 당연히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 구성원으로 기여하며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섬뜩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매번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가르치는 이 정보가 과연 중요할까"라는 의문이다. 대략 20여 년 후면 나의 아이가 일을 시작할 나이가 될 텐데, 지금도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대에서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다면, 감히 어떤 형태로 사회가 변해 있을지, 노동시장이 변해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AI가 정보와 지식에 있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인간 고유의 사고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식과 함께 '왜'라는 질문을 계속적으로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비단 일하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던져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나의 소박한 결론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status quo)에 가장 적합한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이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주어진 질문에 대해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답을 잘하지만,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를 아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다양한 정보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힘은 미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야말로 창의성의 근원이다. 더불어, AI의 역할을 인정하고, AI를 이해하며 AI와 효율적으로 소통할 줄 아는 소위 'AI 리터러시(AI Literacy)'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AI의 한계와 잠재력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AI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노동시장과 사회 구조를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변화시킨다.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으니, 결국 우리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배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좋은 질문을 할 줄 아는 능력'을 탑재하는 것과 더불어, AI를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AI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람만이 가진 본질적인 능력인 상상력, 공감 능력, 그리고 통찰력을 잃지 않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우리는 AI를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진지하게 자기만의 기준으로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AI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켜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