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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장 Jun 16. 2021

나는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

또 다른 후배를 맞이하며...

직장생활이 벌써 햇수로 십 여 년이 되어간다. 이번주에 우리 부서에 신입사원이 들어다. 잘 가르치고, 잘 지내보고, 잘 어울리는 선배가 되고 싶다. 좋은 후배가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보다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좋은 선배'란 어떤 선배일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선배여야겠다. 우리는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꼰대'들을 봐오고 겪어봤다. 그 꼰대가 가까이 있을수록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떨어진다. 나는 후배들에게 존경이나 호감을 기대하기는커녕 '저 선배는 말이 통하고 합리적이야. 최소한 꽉 막혀있지는 않다'며 최소한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피해를 주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다. 상식이 통하고, 그래서 말이 통하며, 나아가 마음이 통하는 선배가 된다면 참으로 좋겠다.


직장이라는 공간이 너나 나나 다같이 돈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긴 하지만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는 곳이다 보니 감정이 생기고 관계가 엮인다. 자기 일은 자기가 충실히 수행하면서 업무적으로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선배랍시고 후배에게 본인의 업무를 거의 내팽겨치고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후배에게 책임까지 추궁하는 건 양아치다. 업무는 물론이고 예의가 부족한 말과 배려 없는 행동으로 같이 일하는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배는 직장동료로서 최악이다. 그러니 후배에게 잘해주지는 못해도 기본적으로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좋은 선배'는 후배에게 피해 안 끼치고 자기 할 일 묵묵히 하고 직장에서 잘 지내면 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그 정도는 기본이기 때문에 좋은 선배가 아닌 그냥 선배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좋은 선배, '참' 괜찮은 선배, 후배들이 좋아하는 선배는 어떤 사람일까.

밥 잘 사 주는 선배, 업무 잘 가르치는 선배, 말이 잘 통하는 선배 등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 맘 같지 않아서 아무리 잘 가르치고 잘해준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모든 게 도루묵이다. 따라서 본인은 후배에게 잘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만큼의 반응이나 없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결과나 기대를 잘 아는 부모 혹은 배우자나 애인조차도 원하는걸 안 해주질 않나. 그러니 더욱더 후배에게 괜한 기대를 하지 말자.


그럼에도 나는 좋은 선배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우선 후배에게 솔직해야 한다. 후배들은 안보는 것 같아도, 못 듣는 것 같아도, 모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다 듣고 다 안다. 속이려고 하지 말고 당당하게 표현하고 설득하고 함께 일을 완성해나가야 한다. 속상했던 사건, 서운한 점, 고마운 일, 우려스러운 상황들을 말하고 나누어야 한다. 그것도 습관이다. 해보면 는다. 마음 터놓는 선배가 인간적이고 그 앞에서는 도와줄 마음이 생긴다.

잘 보이려고 인위적인 말치레는 안 하려고 한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말하면 인간은 다 안다. 솔직하고 인간다운 선배가 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내 후배들에게 내가 어떤지 물어봤을 때 욕심나는 평이 있다. 거창하게 존경받거나 따르고 싶은 선배가 아니라, "선배다운 선배"라는 평을 듣고 싶다.

"참, 저 선배는 멋있어"라든지 "저 선배 닮고 싶다"까지는 과욕이더라도 자기 직위나 직책에 걸맞은 업무역량을 갖추고 마음까지 나눌 수 있는 선배면 좋겠다. 그야말로 선배이기 이전에 같이 일하고, 함께 밥 먹으며, 마음을 나누는 동료이고 싶다.


신입사원을 맞이하기 며칠 앞둔 선배로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정리하자면 좋은 선배란 이 정도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피해 안 주고, 자기 할 일 제대로 하면서 솔직하고 마음이 통하는 매력 있는 직장동료. 막상 요약하다 보니 좋은 것들을 누더기로 붙인 느낌이 든다. 더 깔끔하게 정리해보자. 나는 후배에게 선배로서 선배다운, 그래서 좋은 선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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