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매일 조금씩 보는 책'
나는 웬만한 뉴스는 종이신문을 통해서 접한다. 물론 인터넷과 TV를 통해 뉴스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러 종이신문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되도록 신문은 발행된 당일에 보려고 하지만, 발행된 지 하루이틀 지났더라도 짬이 나거나 읽을거리가 필요할 땐 일부러 보는 편이다.
주위에서는 인터넷으로 보면 되는데 왜 굳이 종이신문을 보느냐며 유별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신문은 TV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볼 때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촉감을 선사한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생기는 소소한 성취감은 덤이다.
신문은 언론사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엄선하고 편집한 양질의 콘텐츠가 담겨있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관심을 끄는 인터넷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마트폰과 PC로만 뉴스를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콘텐츠를 보게 된다.
반면 신문은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된 세계에 무심코 빠져들지 않게 해주는 매체다. 물론 언론사 사주(社主)나 주주의 정치적 편향성이 내재되어 있음은 감안해야 한다. 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일은 없기 때문에 신문에 정의의 여신과 같은 공정성과 정의를 기대해선 안된다. 다만 정제된 종이신문은 비합리적이고 잘못된 편향성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글자 크기와 굵기를 통해 정보의 중요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고, 정제된 정보와 소식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심과 흥미가 있는 유용한 기사를 발견할 때면 금광에서 금을 파낸 것과 같은 기분마저 든다.
소식과 정보를 얻는 일만큼이나 오피니언면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신문 말미에 위치한 온갖 기고문과 사설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을 살필 수도 있고 나름의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신문을 펼치면 가급적 보려고 노력한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또는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시민들의 의견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같은 땅에 살지만 몰랐던 사회의 단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세상과 특정한 사건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하는 통찰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또 신문에 실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검증된 글이기 때문에 다른 글보다는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다만 논설위원이 쓴 글은 정치적이거나 다분한 의도를 가진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어 개인적으로는 잘 안보게 된다. 해당 언론사의 정치 편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논설위원이 쓴 글이라 하더라도 대충 훑어보다가 합리적인 의견과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글은 처음부터 다시 본다.
내가 좋아하는 오피니언면의 글은 오랜 시간 본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거나, 삶의 내공이 단단한 분들이 쓴 글이다. 제아무리 유명인이 쓴 글이라고 해도 수사만 가득하고 남는 게 없는 글이 있는가하면, 대중에게 유명하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방향성있게 살아온 사람의 글은 분명 울림이 있다.
나 또한 일간지에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을 게재한 적이 있다. 최대한 정치색을 빼고 담담하게 현실을 담아낸 글을 이 사회에 알리고 동시에 해결을 촉구하고 싶어서였다. 투고하기 전 자체 퇴고를 여러 번 거치고 탈고한 글이 신문에 실렸을 때에 그 기분은 뿌듯함 그 이상이다. 매일 발행되는 신문 한 부 한 부가 역사의 기록이라고 봤을 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내 생각과 자취를 역사에 남겼다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기고하고 애정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흡수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있고, 그만큼 가성비있는 매체는 앞으로도 없을거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