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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Nov 20. 2021

육아를 하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어른들에게 자주 들어왔던 말, "자식 키우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아?" 몰랐다. 미리 알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었다. 나도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거라 생각했다. 아기를 낳고 나니 알게됐다. "아~ 그 기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끝내주지요" 몰랐던 또 하나의 행복의 문을 연 느낌이다. 아기의 작은 몸짓 하나에 이렇게나 행복할 수 있다니 매일매일 새롭고 신기하다.  


수시로 아기의 귀여운 모습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지만 미처 핸드폰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을 오래 기억하고자 글로 남긴다. 아기가 태어난 지 고작 8개월 되었는데,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기쁨들이 쌓일 거라 생각하니 기대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부지런히 기록하고 기억해야겠다.






01. 아기의 부드러운 살결. 모찌모찌한 볼살을 만질 때

아기의 살결을 만져보고 난 후, '아기 피부'라는 표현을 피부 좋은 성인에게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부드럽고 쫀득하다. 특히 내 볼과 아기 볼을 맞대고 비빌 때의 그 촉감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움이다. 아이가 커서 자기 얼굴에 손대는 것도 싫어할 사춘기가 오게 되면 이 감동은 더 이상 느낄 수가 없겠다.


02. 아기의 정수리 냄새

하루 종일  세상을 탐험하느라 바쁜 아기는 땀이 자주 나기 때문에 정수리에서 살짝 냄새가 난다. 그렇다고 성인만큼 퀴퀴한 냄새는 아니다. 가끔씩 아기 머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재미가 있다. 묘하게 중독적이랄까.. 우리 아기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냄새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사랑스러우니까!


03. 아기를 품에 꼭 안았을 때의 그 느낌. 혹은 아기가 내 가슴팍에 기대었을 때

신생아 때는 아기를 안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 안는 맛이 생겼다. 마치 아기가  뱃속에 있었던 때처럼 아기를  껴안았을 때의 행복감은 정말 크다. 아기가 조금  크고 나니 나만 보면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는데, 그때 아기를 안아주면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는 느낌도 너무 좋다.


04. 목욕하려고 옷을 벗겼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아기의 살결

첫 번째 순간과 비슷하긴 하지만, 목욕하기 전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또 소중하다. 아기를 욕실로 데려가기 전에 한 번씩 아기의 맨살이 내 피부에 닿도록 꼭 껴안아주고, 온몸 구석구석에 뽀뽀를 해준다. 아기도 기분이 좋은지 까르르 웃는다. 별 것 아닌 작은 일이지만 나는 또 행복에 겨워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이 순간에 흠뻑 빠진다.


05. 내 품에 잠든 아기가 소리 내어 웃던 순간

잠든 아기가 가끔씩 소리를 내며 웃을 때가 있다. 정말 너무 갑자기 웃어서 미처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가 없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걸까, 오늘 낮에 엄마 아빠와 재미있게 놀아서 그런 걸까 알 수 없지만 아기의 웃음소리에 행복의 크기는 또다시 커져만 간다.


06. 응아 할 때 짓는 웃긴 표정

아기가 응아 할 때 입술을 앙 다물며 그 작은 몸에 온 힘을 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놓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게 예술이다. 아기가 중요한 일을 치르는데 너무 대놓고 웃는 것도 미안해서 이제는 속으로만 웃고 아기에게 힘내라고 응원만 해 준다. “아가야 힘내야지! 힘!!”


07. 아빠 방귀 소리에 흠칫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순간

어느 날 남편이 방귀를 뿌웅 뀌었는데 그 소리에 놀란 아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 때가 있다. 아기는 정확하게 소리의 근원지를 아는 건지 아빠의 엉덩이 부분을 쳐다보며 ‘여기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기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남편과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08. 아기가 깜짝 놀라 엄마 아빠에게 달려와 안길 때

아기가 6개월 무렵 ‘졸리점퍼라는 놀이 기구를 구입했다. 평소에 점프를 시켜주면 너무 신나 해서 당연히  놀잇감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거대한 크기에 놀란 걸까, 아기에게 졸리점퍼를 착용시키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아기를 달래며 스프링에 연결했더니  무서워하며 아빠에게  안겼다.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얼마 전에는 윗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느라  소음이 들렸다. 아기는 처음 듣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내게 기어 와서 나를  끌어안았다. 아기가 나를 있는 힘껏 안을 때면 정말 온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든다. 또 아기에게 내가 안심이 되는 존재라는 게 느껴져서 뭉클했다.






이 외에도 정말 너무 많다. 별 것 아닌 엄마의 재롱에 웃어줄 때도 생각난다.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벌써 지나간 시간이 그리워서 코 끝이 찡해진다. 아기가 커 가는 모든 순간이 추억이고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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