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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Dec 28. 2017

머무르게 하는 법

한 해의 끝에서

쿨한 사람은 없다.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별이라도 미련은 남는다. 사람이 되었든 행복한 순간이 되었든 떠나려고 등지는 순간부터 붙잡고 싶다. 그러나 붙잡아서 붙잡아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 이별이 약간 미뤄지는 것뿐이었다. 살면서 알아야 하는 방법은 떠난 뒤 붙잡는 법보다는 있을 때 머무르게 하는 법이었다. 다가온 행복에게 아랫목 내어주고 따뜻한 차 한 잔 따라주는 것이다.

     

낯선 손님처럼 잠시 들렀다 가는 행복의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한 해를 돌이켜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 것들이 끝나갈 때 아쉬웠던 감정만은 선연하다. 아쉬움은 아마도 그것이 행복인지 알지도 못해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아서라는 핑계를 대어보아도 후회스럽다. 조금만 더 마음을 썼다면 낯선 손님이 아니라 꽤 오래 머무를 따뜻한 기억이 됐을 것이다.     


붙잡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상처를 남긴다. 붙잡는 사람 뿐만 아니라 뿌리치고 가는 사람에게도 남긴다. 물론 아픈만큼 성숙하지만 성숙하기 위해서 아플 필요는 없다. 다가오는 2018년에는 용기 있는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머무르게 하는 현명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새 2017년이 곧 떠나겠다고 이별을 고했다. 이별 앞에서야 또 아쉬움을 느끼며 이런 글을 쓴다. 2018년이 끝날 땐, 아쉬움 대신 고마움이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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